현대중 잠수함 화재 실종자 숨진 채 수습…노조 “예견된 인재”
화재 발견 33시간 만에 시신 수습
협소한 공간·폭발 위험에 구조 지연
노조 “밀폐구역 2인 1조 수칙 위반”
“부실 매뉴얼이 부른 살인” 맹비난
노동부, 중대재해법 위반 수사 착수
회사 “재발 방지책 마련에 총력”
HD현대중공업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울산 HD현대중공업 잠수함 화재 사고로 고립됐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주검으로 수습됐다. 노동계는 이번 사고를 밀폐구역 작업 수칙 위반과 부실한 대응 체계가 부른 ‘예견된 인재’라며 회사 측의 엄중한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12일 울산소방본부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지난 10일 오후 11시 18분 사고 함정 내부에서 60대 하청업체 청소 노동자 A 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화재 발생 약 33시간 만이다. 고인은 같은 날 오후 11시 41분 울산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노조는 사고 수습 후 낸 성명에서 사측의 안전관리 부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노조는 “잠수함은 화재 시 대피가 매우 어려운 폐쇄 구조임에도 해당 밀폐구역에서 ‘2인 1조’ 작업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비상 상황 대응 체계와 대피 경로 확보가 전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사고는 명백한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부실한 초동 대처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노조는 “납축전지 배터리 화재에 대응할 매뉴얼이 없어 초기 진압 시 소화수를 뿌리다 2차 사고 위험까지 초래했다”며 “이윤 극대화를 위해 위험을 하청으로 전가하는 구조가 고인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1시 58분 HD현대중공업 내에서 창정비 중이던 해군 214급 잠수함 홍범도함(1800t급) 내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당시 함내 작업자 47명 중 46명은 탈출했으나, 홀로 청소 작업 중이던 A 씨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방 당국은 사고 당일 오후 4시 38분 지하 1층 보조기관실 진입 해치 1m 아래에서 의식 불명 상태의 A 씨를 찾아냈다. 하지만 발견 지점이 성인 1명이 겨우 통과할 만큼 비좁은 데다 구조 과정에서 발생한 2차 폭발, 함내 잔류 전류로 인한 감전 우려 등이 겹치면서 A 씨에 대한 수습이 장시간 지연됐다.
경찰은 현장 안전책임자를 대상으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여부를 조사 중이며,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원·하청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큰 슬픔에 잠기신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 보완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오상민 기자 sm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