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나요?" 다시 만날 날까지 [마루타 기자의 부산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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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문화에 스며들었던 1년
반가웠던 이웃들과 재회하기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영화 ‘러브레터’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이다.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1인 2역을 맡아, 사망한 연인에게 보낸 편지가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인물에게 전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멀리 떨어진 장소와 여기, 과거와 현재,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 사이의 경계가 인간의 기억과 생각을 통해 흔들리며 이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부산에 살면서 나 역시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자주 경험했다. 처음 부산에 왔을 때, 만난 한국인이 “미혼이 아니라 비혼인가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쉽게 묻지 않는 질문이었기에 당황했지만, 동시에 묘한 친근함도 느꼈다. 솔직한 말 한마디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가볍게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솔직함은 일상 곳곳에서도 발견됐다. 영화관에서는 엔드롤이 끝나기 전에 자리를 뜨는 관객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영화제 토크 행사에서는 많은 관객이 손을 들어 “제 생각에는”이라고 말하며 감독이나 배우에게 질문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자신의 생각을 직접 표현하는 문화는 감정을 말로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조금 부러우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이번에는 나 자신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속도를 중시하는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의 영향인지, 일본 서일본신문사의 선배에게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스스로는 전혀 자각하지 못했지만, 같은 얼굴과 이름을 지닌 또 다른 내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국경을 거의 느끼지 못한 시간도 많았다. 한국인들과 일본과 한국의 영화, 음악, 만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외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곤 했다.

지난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었다. 다양한 행사와 일상을 통해, 이전보다 한층 가까워진 양국 관계를 눈앞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3월 말, 파견 기간이 끝났다. 1년 동안 자주 찾던 가게들과 멀어지고, 일상처럼 만나던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문득 이웃 나라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럴 때마다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영화 러브레터 속 그 한마디를 마음속으로 되뇌게 될 것이다.

“잘 지내시나요?”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서로 같은 인사를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마루타 미즈호 서일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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