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짜리 울산교 세계음식관, 공유재산 장부에도 없는 '유령 시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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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재산 관리계획 누락
절차상 위법 시설물 의혹
행안부 지침도 정면 위배
예산 검증 안전장치 무시


보행전용교량인 울산교 위에 설치된 ‘세계음식문화관’ 전경. 울산시는 지난달 10일 2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가설건축물 4개 동을 세우고 일종의 미식 공간으로 개관했으나, 최근 법정 필수 절차인 공유재산 취득 승인을 누락했다는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울산시 제공 보행전용교량인 울산교 위에 설치된 ‘세계음식문화관’ 전경. 울산시는 지난달 10일 2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가설건축물 4개 동을 세우고 일종의 미식 공간으로 개관했으나, 최근 법정 필수 절차인 공유재산 취득 승인을 누락했다는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울산시 제공

보행전용교량인 울산교 위에 개관한 ‘세계음식문화관.’ 울산시 제공 보행전용교량인 울산교 위에 개관한 ‘세계음식문화관.’ 울산시 제공

울산시가 전국 최초라 자부한 ‘울산교 세계음식문화관’이 법정 필수 절차인 공유재산 취득 승인을 누락한 채 건립돼 절차상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2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공유재산 관리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집행했다는 지적이다.

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는 중구와 남구를 잇는 보행교인 울산교 상부에 지난달 10일 세계음식문화관을 개관했다. 예산 20억 원이 투입돼 가설건축물 4개 동(각 52㎡)을 세웠으며, 이곳에는 우즈베키스탄과 멕시코, 베트남 등 6개국 음식점과 카페가 입점했다. 울산시는 국내 첫 교량 위 미식 공간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세계음식문화관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유재산 관리계획 수립과 이에 따른 울산시의회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유재산 대장에 등재되지 않으면 울산시의 공식 자산 목록에서 빠진다. 집을 지어놓고 소유권을 증명할 등기를 하지 않은 것과 같다. 이는 향후 노후 시설 보수 등 예산 투입의 근거가 사라지는 심각한 관리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

울산광역시 공유재산 관리 조례는 시설물 기준가격이 20억 원 이상이면 공유재산 취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거액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공공 자산의 관리계획을 먼저 세워 의회의 검증을 받도록 한 취지다. 예산 편성 전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의회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은, 시민들이 사업의 필요성을 미리 따져볼 기회조차 없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전체 예산 20억 원 중 감리비 등을 제외한 순수 건물비는 20억 원 미만이어서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특히 가설건축물은 취득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관련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세계음식문화관 건립 예산서를 보면 시설비 19억 7300만 원, 감리비 2000만 원, 시설부대비 700만 원 등으로 구성됐다. 행정안전부의 ‘공유재산 관리계획 작성 기준’은 소요 예산 산정 시 용역비와 시설비 등 ‘총사업비’를 기준으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다. 울산시가 상급기관의 지침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설사 19억 7000만 원이 기준가액이라 치더라도, 승인 기준인 20억 원을 비껴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금액을 조정한 ‘예산 쪼개기’ 의혹이 짙은 대목이다.

가설건축물이 공유재산 취득 대상이 아니라는 울산시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유재산 관리계획 수립은 건축비와 감리비 등 총사업비를 기준으로 한다”며 “가설건축물이라 하더라도 건축법상 대장이 존재하고 재산적 가치가 있는 성격이라면 공유재산 취득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지난해 9월 남구청에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를 마쳤으며, 이는 이미 법정 대장인 가설건축물 관리대장에 등록돼 행정 관리 자산이 됐음을 의미한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무실 의자나, 냉장고 하나도 공유 물품으로 등록해 관리하는 마당에 20억 원이나 투입한 시설을 관리계획 하나 없이 방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단순히 ‘가설’이라는 이유로 공유재산 취득 절차를 건너뛴다면, 향후 수백억 원짜리 시설도 가설물로 지어 의회 감시를 피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기에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예산 낭비에 대한 우려도 크다. 건축법 시행령상 가설건축물의 존치 기간은 3년 이내다. 행정기관 시설물이어서 관행상 연장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연장이 불허될 경우 투입된 20억 원은 그대로 공중에 날아가는 매몰 비용이 된다. 원칙적으로 3년 뒤 철거해야 할 임시 시설물에 20억 원의 지방 재정을 쏟아부으면서도 법적 검증 절차마저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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