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추경’ 어떤 내용 담았나] 석유 최고가격제 사업 뒷받침 위해 5조 1000억 원 투입
하위 70%에 고유가 피해 지원
877억 들여 ‘K-패스’ 환급률↑
베란다 태양광 10만 가구 250억
영화·숙박·공연 할인에 586억
농축산물 할인에 800억 원 추가
청년 일자리 지원에 9000억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2026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편성했다. 올해 출범한 기획예산처가 내놓은 첫 추경안이자,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로는 두 번째 추경안이다. 이 대통령이 31일 필요하면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할 정도로, 고유가로 인한 위기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10만~60만 원 현금성 지원
기획예산처가 이날 발표한 추경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다. 소득 상위 30%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민들에게 1인당 10만~6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작년에 지급한 민생지원금처럼 신용카드 체크카드 지역화폐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사용처도 대형마트 등은 안 되고 소상공인 매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소득 하위 70%라는 원칙은 정해졌으나 건강보험료 기준금액이 얼마될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세부금액과 기준을 정할 방침이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금성 지원을 하는데 대한 ‘선거용 추경’이라는 야당의 비판도 나온다.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K-패스’ 환급률을 크게 높였다. 이에 대한 비용으로 877억 원이 투입된다.
또 에너지바우처를 받는 수급자 중에서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20만 가구에는 5만 원의 바우처를 추가 지원한다. 영세 화물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박용 경유가 기준가격(L당 1700원)을 초과하면 L당 183원 한도에서 50%를 보조한다. 4월 한 달간은 70%다.
이번 추경에서 지방교부금을 제외하고 사실상 가장 많은 금액은 석유 최고가격제 사업을 뒷받침하는 데 있다. 5조 1000억 원이 투입된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하게 되면 정유사들이 원가에 못미치는 금액으로 정유사에 기름을 공급하는데 이를 보전해주는 것이다. 또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원료인 나프타(납사) 공급위기에 대응하는 비용 등도 포함됐다.
■청년 일자리·창업 지원도
이와 함께 청년 일자리 지원에 90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 ‘쉬었음’ 청년을 경제활동인구로 끌어들이기 위해 ‘K-뉴딜 아카데미’를 만든다. 대기업 주도로 청년이 선호하는 직업능력을 개발하고, 직장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1만 5000명이 대상이다.
또 국세청의 체납관리단 9500명, 농지특별조사 5000명 등 공익형 일자리 2만 3000개를 확충한다.
창업 열풍을 일으키기 위해 90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 경진대회를 통해 창업가를 선발하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4000억 원이 투입된다. 4대 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과학중심 창업도시를 조성하는데도 3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진행되는 농축산물 할인지원에 800억 원이 추가되고 경기침체 시 가장 먼저 소비가 위축되는 영화·공연·숙박·휴가 할인에 586억 원이 더 투입된다. 총 687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사업도 포함됐다. 햇빛소득마을을 150개에서 700개소로 대폭 늘리고 아파트 베란다에 소규모 태양광을 보급하는 사업도 있다. 모두 10만 가구에 250억 원이 지원된다. 추후 자세한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보증금 5억 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최소 보증금 3분의 1을 보장하는 신규사업도 279억 원 규모로 추진된다.
이번 추경을 통해 올해 정부의 총지출은 753조 1000억 원이 됐고, 총수입은 700조 6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으면서 통합재정수지는 52조 5000억 원 적자다. 여기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07조 6000억 원이 됐다.
다만 초과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하기 때문에 물가상승에 따른 영향이나 국채 추가발행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오히려 1조 원은 국채상환에 쓰인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대한민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었는데, 중동 상황으로 인해 난관이 초래된 상황”이라며 “추경 심사가 하루라도 빨리 국회에서 마무리돼 추경이 최소한의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