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봄 패러다임 대전환, 지자체 예산·인력 부족이 숙제
지역사회 통합돌봄 오늘부터 전국 시행
인력 공백 우려… 관계 기관 협업도 중요
26일 부산 남구 대연6동 행정복지센터에 의료·요양 통합돌봄사업 신청 지원 안내 배너와 책자가 비치돼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노인과 장애인 등이 병원과 시설이 아닌 ‘살던 곳’에서 노후를 이어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오늘부터 전국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병원과 시설 중심 돌봄에서 벗어나, 주민이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방문요양은 장기요양기관, 건강관리는 보건소, 복지서비스는 주민센터를 각각 찾아야 했던 구조가 한 번의 신청으로 통합된다는 점에서 기대는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노인의 87.2%가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답한 현실을 고려하면,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 확충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도라 할 만하다. 한마디로 ‘돌봄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통합돌봄의 핵심은 흩어진 돌봄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데 있다. 그동안 돌봄이 필요한 이들은 방문요양이나 복지서비스 등을 각기 다른 기관에 신청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정보 부족과 절차의 벽에 막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결과 돌봄 공백은 가족의 부담으로 전가되거나 병원과 시설로의 회귀로 이어졌다. 하지만 통합돌봄은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한 번 신청하면 지자체가 50여 개 항목을 종합 평가해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구조다. 실제 부산의 경우 100병상 이상 병원 53곳이 퇴원 전 돌봄 수요를 파악해 지자체와 연계하기로 하면서 ‘퇴원 후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흐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제도 취지와 달리 현실의 벽은 높다. 무엇보다 재정과 인력이 문제다. 올해 통합돌봄 사업에 배정된 지자체 예산은 평균 2억~3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국 단위 제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규모로 보기 어렵다. 인력 사정도 비슷하다. 정부는 부산에 통합돌봄 필요 인력 344명 기준의 인건비를 올해와 내년 각각 6개월씩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 신규 채용은 245명에 그쳤다. 더구나 채용 절차가 완료되는 시점이 9월 초로 예상되면서 시행 초기 약 5개월간 인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부서 및 관계 기관 간 협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서비스 지연과 혼선은 불가피하다.
통합돌봄은 신청부터 개인별 지원계획 확정까지 1~2개월이 걸려 초기 이용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부산시가 ‘선 서비스 후 조사’ 방식을 검토한 것도 이런 한계를 보여준다. 시행 초기에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건·복지 기관 간 협력으로 현장의 혼선부터 줄여야 한다. 동시에 제도가 현장에서 잘 작동하려면 복지부의 명확한 지침도 필요하다. 또한 의사들이 방문 진료를 기피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되며, 건강보험 수가를 현실화하고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직종이 지역을 순회하며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을 넓힐 필요도 있다. 결국 통합돌봄의 성패는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