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업체 하도급률 70%’ 정부가 더 안 지켰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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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전문건설 작년 실적 보니
정부·공공 발주 20%대 그쳐
공사 많은 민간 부문도 40%
시 조례 강제 조항 없어 헛구호
정부 차원 실효적 대책 마련을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정종회 기자 jjh@ 2025.09.16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정종회 기자 jjh@ 2025.09.16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조례로 지역건설업체 하도급 참여율 70% 이상을 권고하고 관련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 공사의 역외 유출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 발주 공사의 경우 지역업체 하도급률이 20%대에 그쳐, 지역균형발전, 지역 경제 활성화 구호가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26일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의 ‘2025년도 부산지역 전문건설사업자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전문건설업체의 기성실적은 5조 9507억 원으로 전년(6조 7152억 원) 대비 12.85%(7645억 원)나 감소했다. 2021년 5조 9407억 원에서 2022년 6조 4772억 원, 2023년 7조 33억 원까지 증가했다 2024년 6조 7152억 원으로 감소한 뒤 4년 만에 다시 5조 원대로 내려앉은 셈이다. 각종 비용 상승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체감하는 실적 감소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이 중 부산에서 이뤄진 건설 공사에서 부산 지역 전문건설업체가 참여한 실적은 모두 2조 4206억 원(46.2%)으로, 절반 이상인 2조 8232억 원(53.8%)이 타지역 업체, 즉 역외로 유출됐다.

발주 기관별로 따져보면,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부산 하도급 참여율이 65.1%로 나타났고, 정부기관은 23.6%, 공공기관은 25%에 불과했다. 가덕신공항이나 북항 재개발 같은 대규모 건설공사가 지역에서 이뤄질 경우, 지역 건설업체들에도 일감이 뿌려지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상은 20%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법상 정부나 공공기관 발주 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에 따라 일반 공사는 265억 원, 전문·기타공사는 88억 원을 넘길 경우 ‘지역제한 경쟁입찰’은 물론 ‘지역의무 공동도급’ 제한도 없어져 지역 업체를 써야 할 의무가 사라진다. 지난해 일반공사 ‘지역제한 경쟁입찰’ 기준이 88억 원 미만에서 150억 원 미만으로 확대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아직 법 개정이 되지 않아 적용되지 않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북항, 진해신항 등 대규모 공사가 있지만 국가계약법을 따를 수밖에 없고 일정 금액 이상은 지역 업체 참여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없어 원도급 업체의 재량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규모 SOC 민간투자사업이었던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공사에서도 지역 하도급 업체 비중은 6%대에 불과해 지역 내 비판이 거셌다.

민간공사 역시 지난해 지역 전문건설업체 하도급률은 40.9%에 불과해 여전히 저조했다. 부산시가 조례를 통해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을 70%로 권장하고 있지만 의무조항이 아닌 데다, 시가 서울 본사까지 찾아가 세일즈를 펼쳐도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는 정비사업에 대해 지역업체 하도급 인센티브를 종전 6%의 배가 넘는 최대 15%까지 확대하기도 했지만 적용 지역은 기존 6% 2곳, 15% 1곳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부산 최대 국책사업인 가덕신공항 건설에서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하도급 참여율을 본공사는 최소 30% 이상, 도로·철도 등 주변 인프라 구축 사업은 7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고시를 통해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 왕재성 사무처장은 “전문건설업은 지역 내 고용 창출과 장비, 자재 소비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 지역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한다”면서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에 있어 지역 전문건설사업자 참여가 많아져야 지역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덕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경우도 참여 부산 건설업체는 10곳이지만, 지분율은 13%에 불과하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외치면서 지역업체 하도급률을 높이려는 노력은 소홀히 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과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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