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두바이공항 앞날은…전운 휩싸인 ‘중동 허브’ 위상 회복 가능할까
연간 9000만 명 이용 ‘톱 공항’
아시아-유럽 잇는 지리적 이점
전쟁 발발하자 불안 요소 작용
드론 공격에 유류저장고 파손
폐쇄→ 부분 운항→일시 폐쇄
정상 운항 기약 못 하고 ‘난항’
중동 안전 불안 장기화 가능성
종전 후 조기 정상화에 물음표
이스탄불공항에겐 ‘반사이익’
지난 16일(현지 시간) 두바이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에미리트항공 보잉 777 항공기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두바이공항 주기장. 두바이공항 미디어라이브러리 제공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글로벌 허브공항’ 역할을 했던 중동 지역 주요 공항의 운영 차질이 장기화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공항 등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의 중앙에 위치해 허브공항으로 성장했지만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향후 위상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전쟁 발발 직후 폐쇄됐다가 부분 운항이 재개됐던 두바이공항은 지난 16일(이하 현지 시간) 또다시 ‘일시 폐쇄’를 단행했다. 외신에 따르면 두바이공항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유류저장고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두바이공항은 운항 중지 공지 4시간여 만인 지난 16일 오전 10시 6분 “일부 운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두바이공항의 17일 기준 운항 일정을 보면 국적사 항공기들이 운항하고 있지만 일부는 지연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 운항 중단 기간을 다음 달 19일까지로 연장했다. 당초 운항 중단 기간은 이달 5일까지였다가 중동 전쟁 상황이 길어지면서 계속 연장되고 있다.
두바이공항은 지난해 9520만 명이 이용, 미국 애틀란타 공항(연간 1억 명 이상 이용)과 세계 1위를 다투는 허브공항 위치를 지켰다. ‘동북아 허브공항’을 목표로 하는 인천공항은 지난해 이용객이 7000만 명 수준이었다. 외신(CNBC)에 따르면 인천공항과 경쟁관계인 일본의 하네다공항은 2024년 기준 이용객이 8500만 명,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공항은 각각 7600만 명 수준이었다. 두바이공항은 다른 허브공항과 달리 이용객의 절대 다수가 외국인으로 구성돼 ‘인바운드’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를 낳았다. 외신에 따르면 항공업은 두바이 총생산(GDP)의 27%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
허브공항과 관광 자원 개발을 이용한 두바이의 전략은 ‘고속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이란 전쟁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중동 지역 최대 공항인 두바이공항의 경우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지하로 연결된 급유시설을 통해 수십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급유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을 갖췄지만, 급유시설과 연결된 유류저장시설이 공격받자 취약점이 드러났다. 지하급유관을 통한 급유 능력이 일부라도 떨어지면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공항 운영에 전체적인 차질이 발생한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이란 전쟁 이후 두바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승객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두바이공항을 중심으로 운항하는 에미리트항공의 인바운드 항공기가 대부분 빈 좌석으로 운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항공기의 탑승률이 크게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이란 전쟁이 지정학적 위험과 중동 여행지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높이면서 향후 장기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이 마무리되면 환승 수요는 회복될 수 있지만 여행 수요는 장기간 회복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두바이공항의 경우 전체 이용객의 절반 정도가 현지에서 출국해 여행을 하는 여행 수요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이후 중동 정세가 빠르게 안정을 찾지 못하면 여행 수요 회복은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중동 허브공항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항공사가 입게 되는 손실도 급증할 전망이다. 두바이 중심의 에미리트항공, 아부다비 중심의 에티하드항공, 도하 중심의 카타르항공 등은 정부의 지원과 낮은 항공유 가격 등을 앞세워 공격적인 ‘덩치 키우기’에 나섰고 항공기도 적극 구매했다. 항공기 운항 관련 사이트인 ‘플라잇레이다24’에 따르면 에미리트항공은 총 27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카타르항공은 273대, 에티하드항공은 123대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기단 규모가 159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동 3대 항공사의 기단 규모를 비교할 수 있다. 이들 중동 항공사들은 신형 항공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운항 중단에 따른 손실도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가 계속 변경되면서 튀르키예 이스탄불공항 등이 대체 공항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스탄불공항은 지난해 이용객이 8000만 명이 넘는 거대 허브공항이다. 유럽 주요 항공사의 핵심 항로상에 위치하고 있어 이란 전쟁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