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대화 열어둔 김정은 “한국은 영원한 적” 쐐기
북한 9차 당대회 총화 보고에서 ‘적대적 두 국가’ 고수
현 정부 신뢰조치에도 “기만극이고 졸작” 혹평
방중 앞둔 트럼프엔 ‘핵보유국 인정’ 대화조건 제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운데)가 지난 2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9차대회 기념 열병식에 웨이브 머리를 하고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재명 정부의 남북관계 회복 노력을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혹평하면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수했다. 다만 미국을 향해서는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대화 여지를 열어뒀다.
2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9차 당대회 총화 보고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가장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간 관계로 정립하는 최종적인 중대 결단”을 내린 데 대해 지적하면서 “철저한 적대국, 영원한 적”이라고 언급했다. 남북을 더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보지 않겠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한편 적대적 두 국가론이 ‘일시적 전술적 조치’가 아니라 ‘최종 결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의 관계 개선 기대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재명 정부의 각종 신뢰 회복조치와 관련해서도 “핵보유국의 문전에서 실행되는 한국의 부잡스러운 행동이 우리의 안전환경을 다쳐놓는 행위”라면서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다”고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해서는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조미관계의 전망성은 미국 측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경우 미국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라는 의미는 대북제재 해제,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여지를 열어두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 셈인데, 오는 3월 31일~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계기에 북미 대화 가능성이 한층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남북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오래 쌓인 적대 감정을 없애야 하는데, 이는 일순간에 한가지의 획기적 조치로는 이룰 수 없다”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평화와 안정이고, 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