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년 만에 활짝 핀 ‘멍게 꽃’… 어민 얼굴에도 웃음 꽃 필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6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물량장에서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우렁쉥이)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26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물량장에서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우렁쉥이)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다행히 올해는 괜찮을 것 같네요.” 때 이른 꽃샘추위에 체감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26일 오전 경남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바닷가. 곧게 뻗은 물양장을 따라 지붕을 얹은 뗏목이 촘촘히 줄지어 떠 있다.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우렁쉥이) 수확 작업장이다.

1t 화물차 한 대가 물양장에 자리 잡자, 뗏목 위가 분주해진다. 작업장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쉴 사이 없이 쏟아져 나오는 울긋불긋한 멍게들. 굵은 밧줄(봉줄)에 붙은 멍게를 훑어 낸 뒤 씻고 크기별로 분류까지 해 주는 자동화 설비다. 덕분에 이맘때 5~6명이 필요했던 일손이 절반으로 줄었다.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어민들에겐 천군만마다.

50kg들이 상자가 멍게로 채워지고, 전자저울 숫자가 ‘55kg’을 넘어서자 곁에서 지켜보던 작업자가 재빨리 빈 상자로 교체한다. 멍게로 수북해진 상자는 곧장 화물차로 옮겨진다. 이맘때 멍게는 대부분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로 중간 유통 상인을 통해 전국 각지로 공급된다. 유통 중 발생하는 감량을 고려해 53kg 단위로 값을 매기는데, 2kg 남짓인 플라스틱 상자 무게를 더해 중량을 맞춘다.

26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물량장에서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우렁쉥이)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26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물량장에서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우렁쉥이)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김민진 기자

지금 수확하는 것들은 어민들이 2년 넘게 애지중지 키워 낸 최상품이다. 어른 주먹만 한 크기에 속이 꽉 찼다. 일찌감치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이날 오전에만 200상자, 10t 이상을 출하해야 한다. 가격도 작년보다 10%가량 올랐다. 찾는 곳도 많아 어민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이다.

어장주 송영목 씨는 “재작년 폐사 때문에 작년엔 시작도 못 했는데, 올해는 작황도 좋고 당장은 폐사도 거의 없다. 수온이 높아 성장은 조금 더뎠지만, 느린 만큼 살은 더 실하게 찼다”면서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총 680ha, 축구장 1100여 개 면적의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과 거제 앞바다는 국내산 멍게 유통량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최대 산지다. 늦겨울부터 봄까지가 제철이라 보통 2월부터 6월 중순까지 출하된다. 그런데 2024년 여름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고수온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 일대 양식장이 초토화됐다.

얇은 껍질에 싸인 멍게는 양식수산물 중에도 유독 수온 민감하다. 적정 생장 수온은 섭씨 10~24도로 찬물은 웬만큼 버티지만, 이를 넘어서면 생리현상이 중단되고 심하면 속은 물론 껍질까지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당시에도 수확을 앞둔 성체는 물론 산란과 채묘에 필요한 어미와 새끼 멍게까지 모조리 떼죽음했다. 공식 집계된 폐사량만 97%, 집계 이후 후유증으로 추가 폐사한 것까지 합치면 사실상 전량 폐사나 다름없었다.

26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물량장에서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우렁쉥이)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중간 유통상인이 55kg들이로 채운 멍게를 화물차에 싣고 있다. 김민진 기자 26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물량장에서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우렁쉥이)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중간 유통상인이 55kg들이로 채운 멍게를 화물차에 싣고 있다. 김민진 기자

이 때문에 작년 이맘땐 제철을 맞고도 수확할 물량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놨다. 멍게수협은 초매식마저 취소했다. 초매식은 본격적인 수확과 출하를 알리려 조합 공판장에서 진행하는 첫 경매 행사다. 어민들에겐 시즌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이벤트지만 이 자리에 내놓을 물량조차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큰 피해 없이 여름을 견뎌낸 덕에 풍작이 예상된다. 시장 반응이나 가격도 기대 이상이다. 통영과 거제에 산재한 멍게 작업장만 110여 곳. 일부는 설 명절 전부터 햇멍게 출하를 시작했다. 지금도 12곳 정도가 하루, 이틀 걸러 작업 중이다. 나머지 현장 역시, 이달 말을 기점으로 조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멍게수협은 이날 영운항에 건립한 새 위판장에서 2026년 알멍게 초매식을 열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김태형 조합장은 “지난해 초매식조차 열지 못했던 어려운 시간을 지나 오늘 이 자리에서 초매식을 하게 돼 매우 뜻깊다”며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유통 환경을 조성해 조합원 소득 증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올해는 모처럼 생산, 유통, 소비 삼박자가 맞는 해가 될 것 같다”면서 “청정해역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다. 안심하고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