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과학사까지 모두 담긴 드라마틱한 전쟁 이야기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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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문 역사학자 이내주 <이달의 전쟁사> 출간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역사를 뒤흔든 열 두달 전쟁

기원전 49년 1월. 로마의 군인이자 정치가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목숨을 담보로 루비콘 강을 건넜다. 루비콘 강은 로마의 북쪽 국경이었다. 군사 원정을 위해 국경 밖으로 나간 장군이 로마로 귀환할 때 군대의 무장을 해제하지 않고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것은 공화정에 대한 반역으로 여겨졌다. 독재자의 출현을 막으려는 공화정 로마의 권력 견제 장치였다.

카이사르는 내전을 불사하고 결단을 내렸고, 최고권력자가 됐다. 이후 카이사르는 로마가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제국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역사를 되돌아 보면 무력 충돌, 즉 전쟁이 없는 시대는 존재한 적이 없다. 아니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는 늘 전쟁이었다. 평화와 안정, 인권 등의 가치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소중한 현대 사회에서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고, 언론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역사학자인 저자는 전쟁이 인류 문명과 과학기술 발전에 미친 영향을 연구해왔다. 이번에 나온 <이달의 전쟁사>는 1년 열두 달, 1월부터 12월까지 그 달에 발생했던 역사적 전쟁과 사건 24개 장면을 꼽아 이야기한다.

코끼리를 타고 알프스를 넘은 전쟁영웅 한니발의 이야기와 미국의 남북전쟁, 인류를 공포와 파멸로 몰아넣은 1·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지금도 우리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는 이라크 전쟁까지, 이 책은 2000년이 넘는 시간을 넘나든다. 여기에 무기 발전의 흐름과 양상을 알 수 있도록 물리적 기술력에 관한 이야기도 더했다.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던 기마병의 병장기는 물론 대포와 총포, 탱크와 전투기, 인공지능 장착 드론과 인공위성을 동원한 첨단 사이버 장비까지, 전장의 주도권과 전투력의 우열을 판가름하는 병력체계와 그 변화가 야기한 결과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무기 체계의 발달이 수천 년간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살펴보는 부분도 흥미롭다. 파괴와 살상, 페허를 상징하는 전쟁이 다른 한편으로는 극적인 과학기술 발전을 가져오는 동력이었다는 아이러니도 보여준다.

기관총·탱크·전투기·화학무기·사이버 무기 등 새로운 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그 파괴력 앞에서 승자와 패자의 틈은 더 크게 벌어졌고, 기술력이 높아질수록 커지는 충격과 인적·물적 피해는 좀처럼 회복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 책이 수천 년 역사를 오가면서 무력 충돌의 현장을 되짚는 목적은 분명하다. 전쟁이 남긴 교훈과 유산을 현재의 관점에서 살피기 위해서다. 숱한 전쟁의 결과를 돌아보고 그 참상을 기억하며 인간의 존엄과 윤리를 되돌아보자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이다. 아무리 인공지능 같은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무기체계가 정교해져도 결국 모든 판단과 결정은 사람에게 달려있다. 전쟁을 일으키는 대립과 갈등도, 크고 작은 전략과 전투력도 모두 사람에게 달렸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내주 지음/그림씨/376쪽/2만 2000원.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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