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23원→9억 원’ 계좌 조작, 판사 속여 구속 피한 20대
부산지검 동부지청, A 씨 구속기소
의사 행세해 3억대 사기 행각 혐의
판사 등에게 위조 잔액증명서 제출
허위 자료로 변제 약속해 구속 면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20대 A 씨가 AI로 조작한 9억 원대 잔액이 남은 가짜 증명서. 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잔액이 23원인 A 씨 실제 계좌 잔액증명서. 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인공지능(AI)으로 잔액 9억 원이 담긴 허위 잔액증명서를 만들어 구속을 피한 20대 남성이 검찰 보완수사로 덜미를 잡혔다. 3억 원대 사기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그는 9억 원대 허위 잔액증명서를 제출하며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겠다고 판사를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김건 부장검사)는 사기, 사문서위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지난 6일 A(27) 씨를 구속기소 했다.
A 씨는 지난해 8~10월 크루즈 선박 사업과 코인 투자, 메디컬센터 설립을 명목으로 피해자를 속여 3억 2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AI 플랫폼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의사국가시험 합격증, 가상화폐와 예금 거래 내역 등을 조작해 수십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의사이자 사업가 행세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지난해 12월 18일 해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9억 433만 158원’이 표시된 잔액증명서를 위조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A 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돈을 돌려줄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잔액이 23원인 계좌를 AI로 변형한 것으로 나타났다.
A 씨가 잔액증명서를 위조한 방식. 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같은 달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재판부는 허위 잔액증명서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A 씨는 지난해 12월 30일까지 피해금 전액을 갚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잔고증명서 진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A 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영장이 기각된 지 한 달이 지나도 A 씨가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자 검찰은 보완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앞서 A 씨가 AI로 의사국가시험 합격증 등을 위조한 점에 주목했고, 은행 홈페이지 제증명 발급 조회를 통해 잔고증명서가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계좌 실제 잔액은 23원에 불과했다.
A 씨는 담당 판사와 검사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위조한 잔고증명서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후 추가 조사를 진행해 A 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AI 기술이 점점 대중화, 고도화되고 있지만,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수사로 AI 기술이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양면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생성물 표시제가 도입됐지만, 대중적 플랫폼에선 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향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제도적 보완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1년 차 초임 검사가 사건을 적극적으로 보완 수사를 진행해 A 씨를 구속했다”며 “검사 보완 수사 필요성과 효용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사례”라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