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 사업 하나만…” 예산철마다 정부 높은 문턱에 읍소 [다시, 지방분권]
③ ‘2할 자치’를 넘어서
조세 중 지방세 비율 고작 20%대
국고 의존도 높아 자체 사업 못해
균특회계도 대부분 경직성 예산
지방정부 예산 사용 자율권 강화
지역 발생 국세, 지방세 전환해야
지난해 11월 박형준 부산시장이 2026년도 부산시 본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재정분권은 지방자치의 핵심이다. 지난해 민선 지방자치 30주년이 됐지만 지방재정은 여전히 중앙정부에 종속된 구조다. ‘2할 자치’도 모자라 ‘5% 자치’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말단 공무원부터 선출직인 광역자치단체의 시도지사까지 중앙 부처와 국회를 상대로 예산을 따내느라 읍소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주민과 지역을 위한 지방자치는 설 자리를 찾기 힘들다.
5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 지방재정’에서 총 조세 가운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보면 지방의 자체 재원인 지방세 비율은 2009년 21.5%에서 2025년 23.1%까지 높아졌지만, 2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2할 자치’의 벽이다.
지난해 당초예산 기준 전체 통합재정지출 가운데 지자체의 비중이 38.1%인 것을 고려하면, 지출 비중이 수입 비중보다 15.0%포인트(P) 많다. 중앙정부의 이전 재원, 즉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을 받아 이 재정 격차를 메우는 것이다.
부산시의 경우 2026년 부산시 당초예산 기준 17조 9311억 원의 세입은 국고보조금이 7조 806억 원(39.5%)로 가장 많고, 자체 재원인 지방세는 5조 3508억 원(29.8%)으로 그 다음이다. 지방교부세는 1조 8832억 원(10.5%)이다.
지자체는 국비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매년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는 8월부터 국회가 최종 의결하는 12월까지 지자체마다 국비 확보 총력전이 벌어진다. 부산시도 박형준 시장이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만나 정부 협조를 요청한 것을 시작으로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국비확보추진단이 여의도에 상주하고 지역 정치권과 긴밀히 협력한 결과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이렇게 재정을 확보하더라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은 많지 않다. 국고보조사업은 지출 용도가 정해져 있는데다 대부분 사업비의 20~80%를 지방비로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세출예산 중 사업비를 국고보조사업과 자체 사업으로 나눠 비중을 분석해보면 2020년부터 국고보조사업 비율이 자체 사업 비율을 초과해 지난해에는 57.5%에 달한다.
특히 사회복지지출이 높은 지자체일수록 보조사업 비중이 높다. 사회복지 분야는 대부분 의무 지출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재량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은 더욱 줄어든다. 예를 들어 부산 북구의 경우 지난해 당초예산 기준 사회복지 분야 비중이 7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전체 정책사업 가운데 지역 수요를 반영한 자체 사업 비중은 세출예산의 10%도 안 되는 7.5%에 그쳤다.
균형발전을 위해 2005년 신설된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가운데 지역자율계정도 ‘무늬만 자율’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포괄보조사업 대상 범위 내에서 지자체가 필요한 사업을 선택할 수 있는데, 대부분이 지역이 자율적으로 쓸 수 없는 경직성 예산이라서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이제는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의 네거티브 방식으로 지방재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며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사업 목록을 폐지하고, 각 지자체가 비교우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산업이나 분야에 포괄보조금 예산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예산안 가운데 경남도가 자체 권한으로 사업에 쓸 수 있는 예산이 전체의 5%밖에 되지 않았다”며 ‘5% 지방자치’라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국고보조사업의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궁극적으로는 국세 이양을 통한 재정 분권이 해답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세 비율을 최소 30%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 사무 비율이 1994년 13.4%에서 2024년 36.7%로 늘어났는데, 적어도 지방 사무 비율만큼은 재정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라대 행정학과 박재욱 교수는 “국세의 지방 이양과 더불어 지방세 세목·세율의 자율권 부여, 20년째 제자리인 지방교부세율의 상향과 복지 사업의 중앙정부 부담률 확대 등을 법령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며 “지방자치 30년에도 불구하고 지방재정이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에서 지역을 살리려면 ‘밑 빠진 독’이라는 중앙의 인식을 뒤집고, 지방세의 자율성을 높여서 지역 스스로 책임지고 성장할 수 있는 강력한 재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