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0원·인력 0명’… 확 쪼그라든 ‘부산통합건강지원센터’ [함께 넘자 80세 허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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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방황하는 공공의료
지역사회 건강 취약계층 지원
지난해 9월 통합건강센터 출범
8년 운영 ‘3for1’ 사업 후신격
전담 인력 전무 등 지원 부족해
부산 공공의료 논의 체계 필요

지난해 9월 출범한 부산의료원 통합건강지원센터 관계자들이 민관협력 통합사례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2015~2023년 운영된 ‘보건·의료·복지 3for1 통합서비스 사업’의 후신 성격으로, 지역사회 건강 취약계층과 의료서비스 접근이 제한된 대상자를 지원한다. 부산의료원 제공 지난해 9월 출범한 부산의료원 통합건강지원센터 관계자들이 민관협력 통합사례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2015~2023년 운영된 ‘보건·의료·복지 3for1 통합서비스 사업’의 후신 성격으로, 지역사회 건강 취약계층과 의료서비스 접근이 제한된 대상자를 지원한다. 부산의료원 제공

읍면동에 따라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격차가 최대 244명씩 발생하는 부산. 건강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사망률은 인생의 많은 역경과 고난 끝에 벌어지는 최종적 사건인 ‘사망’의 집단별 빈도를 나타낸다. 사회경제적 격차와 생활 여건 등 다양한 변수를 거쳐 반영된 건강 상태 끝에, 병환이 나타났을 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건강이 나쁜 부산에선 공공의료벨트가 해답으로 추진돼 왔다.

올해 서부산의료원 등 벨트 거점인 공공병원 건립이 가시화되나, 정작 공공의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공공의료의 긍정적 사례로 평가받던 부산의료원 3for1 사업은 2024년 시의 예산 편성 중단으로 폐지됐다가 지난해 전담 인력 0명의 통합건강지원센터로 재출범했고, 보건의료 컨트롤타워인 부산시는 개별 병원 건립에서 논의가 그치고 있다.

■재시동, 그러나 쪼그라든

25일 부산의료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지역사회 건강 취약계층과 의료서비스 접근이 제한된 대상자를 지원하는 통합건강지원센터가 출범했다. 이 센터는 2015~2023년 운영된 ‘보건·의료·복지 3for1 통합서비스 사업(이하 3for1)’의 후신 성격으로, 종료 약 1년 여만에 재가동됐다. 다만 예산은 0원, 전담 인력은 0명이다. 연간 7~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전담 인력을 7명 가량 갖췄던 3for1과는 대조적이다.

3for1은 보건·의료·사회복지기관 네트워크를 통해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주민에게 원스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운영 당시 부산 전 구군과 협약을 맺고 지역 곳곳에 공공의료 협력병원을 뒀다.

3for1은 2024년 갑작스레 종료됐다. 부산시 시민건강국 관계자는 “사각지대가 아닌데 복지를 중복 제공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대신 찾아가는 의료버스를 운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가 사업 종료 시점 작성한 내부 문서를 보면 다른 평가가 담겨 있다. 2024년 2월 19일 업무보고 자료에는 3for1을 “초진 진료비와 검사비를 지원하는 유일한 의료비 지원 사업”, “중앙정부 지원에서 제외된 의료시각지대 대상자를 시비로 지원한 부산 최초의 사업”으로 평가했다.

사업 종료에 따른 시민 건강 수준 하락 우려도 시 문서에서 확인됐다. 2023년 실적 정산 자료에는 “초진 진료비·검사비 등 타 복지제도에서 지원 불가한 영역과 통합지원 기능이 중단돼 시민 건강 수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있다. 재난적 의료비 등 긴급 수술은 정부 체계에서 지원이 가능하지만 정작 몇천 원의 초진 진료비를 받을 수 없던 취약계층이 3for1을 통해 진료 받을 수 있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공교롭게도 부산의료원은 3for1이 중단된 해인 2024년 보건복지부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 평가에서 2023년에 이어 또 C등급을 받았다. 개선 사항으로는 ‘의료급여환자 외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저조’가 지적됐다. 운영 평가는 국비 차등 지원의 근거가 된다. 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공공병원의 복지 기능은 축소됐고, 투자 받을 여지는 줄어든 것이다.

■투자를 하든지 아까워 말든지

부산시에 따르면 이르면 올 하반기 중 사하구 서부산의료원과 부산의료원 내 어린이병원 착공이 예상된다. 보험자병원화가 추진 중인 옛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는 지난해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공공의료벨트의 구심점이 될 부산의료원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산의료원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손익은 -95억 6600만 원이었다. 분만 기능이 수년째 중단되는 등 공공병원의 필수 기능도 위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 공공병원의 착한 적자를 판별할 기준도 없이 경영 수지를 중심으로 한 ‘효율화’ 요구는 거세고, 공공의료벨트 구축의 컨트롤타워인 부산시엔 개별 공공병원 건립을 중심으로 업무가 뿔뿔이 흩어져 있다. 공공의료벨트 구축의 핵심 과제는 공공병원간 협력체계를 튼튼히 마련하고 양질의 공공의료를 제공하는 것인데,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논의는 빠져 있는 것이다.

부산공공보건의료지원단 김병권 단장은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에서 하지 않는 쪽을 접근해야 한다. 그럼 그 쪽에 과연 과감하게 지출을 하느냐고 보면 그렇지 않다”며 “3for1 사업도 삐딱하게 보자면 ‘왜 저 병원에 진료비를 주느냐, 왜 저 사람에게 지원하느냐’와 같은 부분을 비판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사업 자체를 없애기엔 타 지역에서는 지속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서부산의료원 등 향후 공공병원에 대해) 수요와 관련한 부분은 연구가 되어 있으나 문제는 현재 의료 환경에 맞게 어떤 역할을 하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 김창훈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은 “공공의료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정리하고 어떤 식으로 해보자 제안도 하는 그런 공적 관리자의 역할이 시급한 시기다”며 “병원 건립은 최소 모델이고, 구체적인 기능 강화에 대해 지금부터 준비해도 사실상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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