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인공지능 대전환으로 새로운 150년 열자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
1876년 2월 26일, 근대 무역항으로 첫 문을 연 이래 부산항은 대한민국 경제와 희로애락을 함께해 왔다. 지난 150년간 부산항은 대한민국 수출입 관문으로서 국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왔으며, 개항 150주년을 앞둔 지금 세계 2위의 컨테이너 환적 허브라는 위상을 듬직하게 지키며 앞으로의 150년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대변혁기는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이 가져온 산업혁명의 변화를 훨씬 능가하게 될 것이다. 지난 150년이 물동량이라는 ‘양적 성장’을 통해 부산항의 체급을 끌어올렸다면, 앞으로의 150년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한 ‘질적 성장’에 기반해야 한다. 이 질적 성장이란 곧 고부가가치 성장을 의미하며,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지능형 항만으로의 진화를 뜻한다.
1876년 개항 부산항 국가 경제 발전 견인
AX 통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전환 이뤄야
항만물류 전 과정 AI·로봇·자동화 도입
미래형 항만 도약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특히,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계기로 하여 부산을 중심으로 한 부울경이 해양수도권을 형성하고 부산항이 그 핵심에 있음을 고려할 때 부산항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부산항 AI 대전환(AX)’이 핵심 전략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산항 AI 대전환의 시작을 언제로 봐야 할까? 필자는 그 시작점을 2024년 4월 개장한 부산항 신항 7부두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완전 자동화 부두’, ‘부두 내 무인 차량이 다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물론, 개장 초기 몇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이는 미래 지능형 항만으로 거듭나기 위한 학습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습득한 운영 데이터와 노하우는 이제 착공한 부산항 진해신항 자동화 부두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럼, 2030년 완공 예정인 진해신항은 어떤 모습일까? 진해신항에는 국내 최초로 항만 하역 장비의 실시간 제어를 위한 피지컬 AI 기능이 탑재된 ECS(Equipment Control System, 하역 장비 통합 제어 시스템)가 도입될 예정이다.
즉, 기존 컨테이너 부두에서는 터미널 운영 시스템(TOS)이 부두 내 여러 하역과 이송 장비의 개별 작업을 지시하는 수준이었다면, ECS는 부두 내 모든 자동화 장비를 일괄 통제하고, 나아가 작업의 최적 배분까지 수행할 것이다.
AI 대전환을 위한 부산항의 준비는 이미 진행 중이다. 먼저 디지털에 기반한 부산항 항만물류 통합 플랫폼인 ‘체인 포털(Chain-Portal)’을 통해 실시간으로 해상과 육지 간 화물과 선박, 부두의 운영 정보가 항만 이용자들의 물류 최적화를 위해 제공되고 있다.
특히, 부산항을 이용하는 1만 7000여 화물 차량 모두가 이용하는 모바일 앱인 ‘올컨e’(All Con-e)를 통해 매번 부두를 출입할 때 전자인수도증(E-Slip)이 전면 도입되어 사용 중이다. 화물차 기사들이 직접 수령해야 했던 종이 인수도증을 대신하기 때문에 ‘항만형 하이패스’라고도 불린다.
또 부산항에서 제공되는 디지털 기반 기능 중에는 대량의 화물과 다수의 트럭을 최적으로 연계하여 환적 화물 운송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환적운송시스템(TSS)’ 서비스도 있다. 향후 체인 포털에 AI를 접목하여 부산항을 이용하는 선박과 트럭의 정확한 도착 시간을 예측하여 제공하는 기능 등을 갖추어 플랫폼을 점차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항만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선박과 하역 현장에서는 AI 도입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 선박의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고위험 작업인 라싱(Lashing)과 선박을 부두에 고정하는 줄잡이 분야에 로봇을 투입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러한 피지컬 AI 기술에 더해 부두 내에서 컨테이너를 자율주행으로 운송할 항만 모빌리티의 도입은 그간 고위험 작업 구역으로 여겨지던 항만 현장의 위험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피지컬 AI, 로봇·자동화 기술이 영향을 미치게 될 노동 분야와의 사회적 협의는 노사정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150년, 부산항은 숱한 위기를 기적 같은 회복력으로 이겨내며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허브로 우뚝 섰다. 우리가 마주한 AI 대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앞으로 우리의 선택과 실행이 대한민국 항만의 새로운 150년을 이끄는 엔진이 될 것이다.
이 거대 전환기를 맞이하여 부산항만공사는 ‘선도자(First Mover)’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대변혁기, 명확한 목표 아래 수립된 전략을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실행해야 한다. 부산항의 미래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