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에 데인 양식장, 이번엔 저수온에 '냉가슴'
경남 사천·강진만 저수온 예비특보
내달 초까지 한파, 수온 하강 예상
쥐치 등 양식어류 40% 한파 취약
작년 고수온 떼죽음 이어 '골머리'
경남권 최대 양식 어류 산지인 통영시가 최근 계속된 한파에 저수온 피해 우려가 커지자 선제 대응에 나섰다. 21일 천영기 통영시장과 시·도원들이 서남해수수협 김성훈 조합장 안내로 해상가두리양식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민진 기자
“끝물까지 잘 버텨줘야 할 텐데….”
꼬박 열흘째 이어진 최강 한파에 아침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진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앞바다. 절기상 가장 춥다는 ‘대한’을 지났는데도 살을 에는 칼바람이 두터운 외투 속을 파고든다. 육지에서 맞는 찬바람과는 결이 다른 한기다.
바다 위 양식장 한쪽에 걸린 전자 수온계를 응시하던 어장주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는 “지금 (수온이) 9.8도다. 어제보다 1도 넘게 떨어졌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폐사) 한계”라며 “예전엔 태풍하고 적조만 잘 피하면 됐는데, 지금은 일 년 내내 숨 돌릴 틈이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여름 고수온과 적조에 된서리를 맞았던 경남 양식업계가 이번엔 저수온 확산 조짐에 노심초사다.
불과 넉 달 전 발생한 떼죽음 피해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 이번엔 뒤끝 한파가 예상되면서 어민들은 다시 밤잠을 설치고 있다.
25일 경남도에 따르면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4일 사천만과 강진만 해역에 저수온 예비특보를 발령했다.
저수온 예비특보는 바닷물 온도가 영상 7도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될 경우 발효된다. 이후 4도까지 떨어지면 주의보로 대체되고 4도 이하 환경이 3일 넘게 지속되면 최종 단계인 경보로 격상된다.
여자·득량·가막만 등 경남 남해안과 맞닿은 전남 앞바다는 이미 4도 선까지 떨어져 주의보 상태다.
저수온 특보 발령 해역도.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경남권 최대 양식 어류 산지인 통영 앞바다는 그나마 표층 수온이 10~12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기상청 예보를 보면 이달 말까지 수은주가 영하권을 밑돌면서 바다도 덩달아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 이번주가 올겨울 저수온 피해 최대 고비인 셈이다. 특히, 수심이 얕은 내만은 바다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 경남 해역에서 사육 중인 어류는 총 1억 9100만여 마리로 이 중 40%인 7700만여 마리가 저수온에 취약한 돔과 쥐치류다. 28도 안팎의 고수온은 잘 버티지만 수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생리 기능이 저하되고, 생존 한계인 4도 이하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폐사해 버린다.
실제 2011년 겨우내 356만여 마리가 동사하는 등 매년 크고 작은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설상가상 올겨울은 간헐적 한파로 연안과 내만을 중심으로 일시적인 수온 급강하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일교차가 큰 육지와 달리 바다는 변동 폭이 크진 않지만 바다 생물에게 수온 1도가 육상 기온 5도 이상과 맞먹는 탓에 어류가 받는 충격은 상당하다.
들쭉날쭉한 수온에 피로가 누적되면 어류의 면역 자체가 붕괴해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작년 여름 고수온에 이은 적조가 겹치며 된서리를 맞았던 어민들이다.
당시 30도를 넘나드는 이상 고온이 한 달 넘게 계속돼 어류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 붉은 재앙 적조가 덮쳤다. 그 결과 경남 앞바다에서만 330만 마리가 넘는 양식어류가 떼죽음했다.
경남에서 적조 피해가 발생한 건 꼬박 6년 만이다.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95년 1300만여 마리가 폐사한 이후, 2013년 2500만여 마리로 정점을 찍었다. 이어 2019년 212만여 마리를 끝으로 지난해까지 5년간은 피해가 없어 안심하던 찰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9월 경남 남해군 미조면 한 항구에서 적조에 집단 폐사한 참돔의 수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이상 조류 피해도 잇따랐다. 통영 욕지도 인근 양식장에선 300만 마리 넘는 양식 어류가 고수온에 폐사했다. 창원과 고성에선 가리비와 홍합, 굴 등 패류 45억 원어치가 빈산소수괴(산소부족물덩어리)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수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수온이 10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해역으로 양식장을 통째로 옮기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그러나 이미 각종 양식 시설로 포화상태라 적정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설령 이설할 곳을 찾아도 이동 과정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양식수산물재해보험 역시 영세 어민에겐 그림의 떡이다.
저수온이나 고수온 같은 이상 수온 피해에 대해 보상받으려면 주계약 외 특약에도 가입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어장 규모나 해역에 따라 일부 편차가 있지만 특약을 포함해 보상 한도를 10억 원으로 설정하면 총보험료는 대량 1억 5000만 원 정도가 된다.
정부(50%)와 지자체(20~30%) 지원금을 보태도 어민 자부담이 평균 2000만~3000만 원 안팎이다. 1년 뒤 사라지는 소멸성 보험료치곤 부담이 상당하다.
경남도는 저수온 중점관리해역 15곳에 자리 잡은 어류양식장 80곳을 중심으로 현장 밀착 지도를 통한 피해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은 데다, 최근 들어 저수온 피해가 크지 않아 보험 가입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무보험에 폐사가 발생하면 재기가 쉽지 않을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