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판매·수익 관리 모두 미국 뜻대로…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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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행정부 베네수 석유 산업 장악 계획
“중간선거 앞 지지율 견인 목적” 해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판매와 수익 사용처를 관리한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특히 향후 수년간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수립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석유 패권’ 야욕이 구체화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제재 때문에 합법적인 수출이 막힌 베네수엘라의 원유를 트럼프 행정부가 대신 시장에 팔고, 그 수익을 베네수엘라 안정화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원유 판매 수익의 배분을 트럼프 행정부가 통제해 베네수엘라 정권이 아닌 국민을 위해 사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산업 장악을 통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낮추겠다는 구상을 참모들에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백악관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은 PDVSA가 생산하는 원유의 대부분을 미국이 확보해 직접 판매·유통하는 것이다.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미국은 자국 내 생산량과 베네수엘라 등 해외 진출 기업들의 물량을 합쳐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석유 매장량의 대부분을 관리하게 된다.

이는 베네수엘라 내 중국·러시아의 영향력 배제, 미국 소비자를 위한 에너지 가격 인하라는 양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지 언론은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방침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는데, 유가 인하를 통해 이를 실현하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실권을 쥔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권한대행은 미국의 급습을 “양국 관계의 오점”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며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또한 PDVSA도 미국과 원유 판매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미국의 셰일오일 업계는 난색을 보인다고 WSJ은 짚었다. 미국 기준 유가는 이미 50달러 중반대에서 형성돼 있으며, 상당수 미국 석유·가스 기업은 50달러 이하에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증산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저유가가 셰일오일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낙후된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백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저유가 상황에서 셰브런 외에 다른 미국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설 지도 미지수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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