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美 증권위에 "3000건만 유출" 공시… 이틀째 청문회도 진행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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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와 상의 없는 셀프 조사 결과 공시
미국서 주가 하락 막고 집단소송 방어 의도

쿠팡이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발표했던 이른바 ‘셀프조사’ 결과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그대로 공시했다. 쿠팡은 30일(현지시간) SEC에 고객계정 3000건만 유출됐고 이것 역시 제3자와 공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발표했던 이른바 ‘셀프조사’ 결과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그대로 공시했다. 쿠팡은 30일(현지시간) SEC에 고객계정 3000건만 유출됐고 이것 역시 제3자와 공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발표했던 이른바 ‘셀프 조사’ 결과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그대로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 시간) SEC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 제출한 서류를 통해 “고객 계정 3300만 건에 대한 접근이 있었으나 범인은 약 3000건의 제한된 데이터만을 저장했다”며 “해당 데이터는 제3자와 공유되지 않은 채 삭제됐다”고 신고했다.

이는 쿠팡이 지난 25일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와 동일한 내용으로, 수사기관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쿠팡 사태 범정부 TF’ 팀장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와 사전에 합의하지 않은 것이라며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쿠팡은 공시 서류에 조사 결과가 수사기관이나 제3자가 아니라 자신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고, 한국 정부의 입장도 포함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조사가 ‘자체 조사’가 아니라 정부의 지시에 따라 정부와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였다는 지난 26일 해명 보도자료의 번역본을 첨부하기도 했다.

다만 공시의 ‘미래 예측 진술’ 항목에서는 향후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의례적으로 언급했다. 쿠팡은 1조 6850억 원(약 12억 달러)의 보상안을 발표했다고도 함께 공시했으나, 이 역시 한국 소비자와 시민단체 등에서 ‘기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쿠팡이 한국 정부의 반박에도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내용의 공시를 강행한 것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의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공시 지연에 따른 집단소송 등을 방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뉴욕 증시에서 쿠팡 모회사인 쿠팡아이앤씨(Inc) 주가(종가 기준)는 전일 대비 1.35% 하락한 24.13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국회는 31일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를 이틀째 이어간다. 전날에 이어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 등 핵심 증인이 참석하지 않는 가운데 청문회에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불공정 거래·노동환경 실태 파악 및 재발 방지책 등을 놓고 위원들의 질타 섞인 질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말미에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에 대한 위증 혐의 고발 의결도 이뤄질 전망이다. 로저스 대표는 전날 개인정보 유출 용의자를 만난 배경에 한국 정부(국정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답변했으나 국정원은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를 한 바 없다’며 위증죄 고발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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