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포위 훈련 2일차 실사격 훈련… 긴장감 고조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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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기 대량 구매 빌미 포위 훈련
대만 “책임 있는 강대국 취할 행동 아냐”
중국 “외부 세력 간섭, 엄중한 경고”
트럼프 방중 이전 입지 확보 전략 분석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중국군함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사격을 하고 있는 모습을 대만 포위훈련 첫날인 29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동부전구는 30일 대만 인근 해역에서 이틀째 실사격 훈련을 진행중이다. AFP연합뉴스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중국군함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사격을 하고 있는 모습을 대만 포위훈련 첫날인 29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동부전구는 30일 대만 인근 해역에서 이틀째 실사격 훈련을 진행중이다. AFP연합뉴스

‘대만 포위 훈련’을 개시한 중국군이 훈련 2일째인 30일(현지 시간) 대만 북쪽 해역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실탄 사격 훈련을 했다. 대만의 미국 무기 대량 구매를 빌미로 대만 봉쇄를 염두에 둔 포위 훈련을 벌이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이전에 중국이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오전 8시 공지에서 동부전구 구축함·호위함과 전폭기 등 병력이 대만 섬 남북 양단 해역에서 검증·식별과 경고·퇴거, 모의 타격, 해상 돌격, 방공·대잠수함 등 훈련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동부전구는 전날 육·해·공·로켓군 병력을 동원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훈련을 시작했다. 해·공군의 전투 대비 순찰과 종합 통제권 탈취, 주요 항만·지역 봉쇄 등이 훈련 목표라는 것이다. 동부전구는 “30일 오전 9시 동부전구 육군 부대가 대만섬 북부 관련 해역을 대상으로 원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했으며 예상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해양안전국이 전날 실사격 훈련 구역 두 곳을 추가로 지정함에 따라 대만 섬 일대를 포위하는 ‘정의의 사명 2025’ 훈련은 훈련 범위 기준 역대 최대 규모가 됐다고 전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오전 6시까지 24시간 동안 대만 인근에서 중국 군용기 130대와 중국 함정 22척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함정 가운데 14척은 중국 해군 소속이고 나머지 8척은 불특정 정부 함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교통부 민항국은 중국군이 예고한 실사격 훈련과 관련해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만해협 주변에 임시 위험 구역 7곳을 설정하고 항공기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선 일부가 지연·취소되는 등 항공편 총 941편과 승객 10만 명이 영향받을 전망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날 중국군 훈련에 대해 “대만은 현재 다양한 괴롭힘과 영향력 행사에 직면해 있다. 중국공산당은 최근 군사적 압박을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으며 이는 책임 있는 주요 강대국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중국군의 이번 훈련은 지난 4월 초 실시된 ‘해협 레이팅(雷霆·천둥)-2025A’ 훈련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미국이 이달 18일 대만에 역대 최대 규모인 111억 540만 달러(약 16조 원)어치 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에 대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 국방부는 전날 입장문에서 이번 훈련이 미국과 대만의 무기 거래를 겨냥한 것이냐는 질의에 “최근 외부세력이 대만 문제에서 거듭 선을 넘어 중국의 주권과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며 “이번 훈련은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간섭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말했다.

중국군은 그간 대만 총통의 발언이나 대만과 미국 등 ‘외부 세력’의 교류를 문제 삼아 ‘대만 포위’ 훈련을 벌여왔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개시한 훈련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모두 7차례 ‘대만 포위 훈련’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난 시진핑 주석과 훌륭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그는 그것(훈련)에 대해 나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며 “무엇도 날 걱정하게 하지 않는다. 중국은 그 지역에서 해상 훈련을 20년간 해왔다”고 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동북아 안보 지형 재편을 노린다는 분석과 함께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이전에 중국이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30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익명의 대만 국가안보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현재 대만해협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에 주목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러한 틈새를 이용해 전체 도련선(중국이 설정한 가상의 해상 안보라인)에 대한 극단적 압박을 통해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회동에서 전략적 입지를 최대한 확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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