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경쟁 불리한 부산 일반고, 구조적 해결책 마련돼야 [현장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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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

부산시교육청은 그동안 부산 학생들이 내신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학교알리미 자료와 국가기관 분석을 종합해 보면 실제 상황은 교육청의 설명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부산의 일반계고등학교는 대도시임에도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소규모 학교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내신 산출과 과목 선택권, 학업 환경 전반에서 구조적인 불리함으로 이어진다.

2025년 고1 학생 수를 기준으로 보면, 전국 일반고의 52.1%가 재학생 200명 미만 소규모 학교다. 반면 부산은 전체 일반계고 95개교 가운데 73개교가 200명 미만으로, 비율이 77%에 달한다. 더욱이 300명 이상 재학생을 둔 학교 비율은 전국 평균이 13.9%인 데 비해 부산은 3개교, 3%에 불과하다. 재학생 규모가 클수록 내신 등급 분포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산 학생들은 내신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

학교 규모는 과목 개설과 교원 정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이슈페이퍼 역시 대규모·대도시 학교일수록 학생 선택권이 넓고, 소규모 학교일수록 선택과목 개설이 제한된다고 분석했다. 고교학점제가 ‘학생 선택 확대’를 취지로 내세우고 있지만, 부산처럼 소규모 학교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오히려 선택권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학교 운영을 통해 충분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동교육과정이 학교 여건과 인력, 시간표 제약에 따라 참여가 제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온라인학교 역시 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하는 과목을 개설할 수 없고, 개설되더라도 대면 수업과 같은 수준의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는 모든 학생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기회라기보다, 일정한 환경을 갖춘 학생만 활용할 수 있는 제한적 대안에 그친다.

이제 교육청은 현실을 인정하고 정책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학교 적정규모화와 교원 정원 충원을 위한 지원 강화 등 구조적 처방 없이는 부산 학생들의 학습권과 진로 선택권은 계속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교육청의 역할은 문제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학생들이 처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있다. 부산 학생들이 더 이상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하지 않도록 교육청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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