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크라 회담 앞두고 러시아 공세 고조… 협상 첩첩산중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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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플로리다 미·우 회담 앞두고
EU·캐나다, 우크라 지지 표명
트럼프 만남 전 본격 외교전 나서
러, 젤렌스키·유럽 정상 전면 비판
미·우 종전안 합의돼도 거부 관측

27일(현지 시간) 캐나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가 회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7일(현지 시간) 캐나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가 회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구상을 직접 논의한다. 유럽과 캐나다는 이들의 회담 전 우크라이나에 지지를 표명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반면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건설적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비난하면서 미·우크라가 합의에 이르더라도 이들의 종전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8일 공개된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젤렌스키 정권과 그의 유럽 후견인들이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이 정권은 우리나라의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사보타주(파괴공작)로 민간인을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을 비난하면서 미국과는 협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예외를 뺀 거의 모든 유럽 국가가 키이우 정권에 돈과 무기를 퍼주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제재 아래 러시아 경제가 무너지기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지속적 합의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 협상가들과 협력을 계속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28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플로리다 종전 회담이 열리기도 전 나온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마련한 종전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미리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양국이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종전안의 약 90%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 안보 보장, 전후 재건과 경제 회복 방안이 포함돼 있다.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핵심 쟁점으로는 영토 문제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운영 방식이 꼽힌다.

이번 회담에서 민감한 의제로는 돈바스 지역 처리 문제가 거론된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포함한 돈바스 지역의 영토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현 전선을 기준으로 한 전투 중단을 주장해 왔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일부 통제 중인 도네츠크 일대에 비무장지대와 자유경제구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자포리자 원전에 대해서도 미국은 미·우·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운영 구상을 제안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개입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곧바로 협정 체결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을 분명히 하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압박 방안을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가 최소 60일간 휴전에 동의할 경우, 미국과 합의한 종전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며 “영토 문제는 전쟁 중 지도자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논의를 앞두고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승인하기 전까지 어떤 안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할 방안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외교적 논의와 별개로 군사적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26∼27일 밤사이 드론 500대와 40발의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의 에너지·민간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 공습에 에너지 인프라가 타격받으면서 “2600개 주거 건물, 187개 어린이집, 138개 학교, 22개 사회 복지 시설에 난방 공급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대행은 이번 공격에 최소 2명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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