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다친 부산 목욕탕 ‘폭발 사고’… 법원, 2년 만에 업주 ‘집행유예’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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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금고 2년·집행유예 3년 선고
2023년 동구 목욕탕 폭발에 책임 물어
“유류 탱크에 구멍 뚫리는 등 관리 소홀”
연료 공급업체와 대표이사는 ‘무죄’ 판결

2023년 9월 1일 CCTV에 포착된 부산 동구 목욕탕 폭발 사고 장면. 부산 동구청 제공 2023년 9월 1일 CCTV에 포착된 부산 동구 목욕탕 폭발 사고 장면. 부산 동구청 제공

소방관 등 23명이 다친 ‘폭발 사고’가 일어난 부산 동구 목욕탕(부산일보 2023년 9월 4일 자 1면 등 보도) 업주에게 법원이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은 유류 탱크에 구멍이 날 정도로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다, 기준에 맞지 않는 연료를 사용해 폭발 사고가 났다고 판단했다. 혼합유를 만든 업체와 그 대표에겐 불법 연료를 공급했다고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단독 심학식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상과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 씨에게 26일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벌금 500만 원과 16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상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B 씨,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 씨 회사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23년 9월 1일 부산 동구 한 목욕탕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소방대원들이 진화를 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2023년 9월 1일 부산 동구 한 목욕탕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소방대원들이 진화를 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A 씨는 자신이 운영한 부산 동구 목욕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2023년 9월 1일 폭발 사고를 일으켜 23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일러 관리 업무를 담당한 그는 유류탱크뿐 아니라 배전반과 차단기 등 전기 설비를 제대로 점검하거나 확인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위험물 안전 관리를 맡은 A 씨는 2023년 7월께 부식과 균열이 있는 유류 탱크에 허가받지 않은 기름 3000L를 저장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A 씨 목욕탕에 보일러 연료를 공급한 B 씨는 적법한 공정을 거치지 않은 ‘감압정제유’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폐휘발유와 폐경유를 혼합하면서 폐기물 재활용 준수 사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B 씨와 그의 회사를 기소했다.

당시 폭발 사고는 목욕탕 지하 1층 유류 탱크 하부 구멍으로 기름이 샜고, 유류 탱크 격벽 내부에 유증기가 형성된 게 1차 원인으로 파악됐다. 뒤이어 분전판 등에서 작은 전기 불꽃이 생겨 유증기가 폭발했고, 화재로 달궈진 유류 탱크 내부 유증기가 연이어 폭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고로 소방관 10명, 경찰관 3명, 전 동구청장 등 공무원 4명, 시민 6명 등 총 23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주변을 지나던 10대 남성이 전신에 화상을 입었고, 부산진소방서 소속 50대 소방관은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기도 했다.

2023년 9월 4일 부산 동구 목욕탕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 당국과 경찰 등 합동감식반이 2차 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023년 9월 4일 부산 동구 목욕탕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 당국과 경찰 등 합동감식반이 2차 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재판부는 “A 씨가 보일러 연료 저장소에 기준 미달의 유류를 저장했고, 저장소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감독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관련 법규에 맞지 않는 보일러 연료를 사용했고,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자 23명이 상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상해 정도가 비교적 심하다”며 “피해자 대부분에게 용서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A 씨가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고, 동종 범행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며 “피해자 7명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데다, 배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목욕탕이 소훼되면서 사실상 유일한 생계 수단을 잃게 되는 등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B 씨 등에 대해선 “폐휘발유와 폐경유를 혼합한 감압정제유 인화점이 -14도에 불과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증명하긴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제출한 B 씨 회사 검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감압정제유 인화점은 46.2도에서 52도 사이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사건 이후 B 씨 회사에 보관된 감압정제유 감정을 맡긴 결과 인화점이 모두 40도 이상으로 법적 기준을 충족해 불법 유류를 공급했단 점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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