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여객선 좌초, 운항 과실·항로 이탈 추정”
267명 탄 퀸제누비아2호 좌초
목포해경, 항해사 등 긴급 체포
제때 항로 변경하지 않은 혐의
방향 전환 시기 놓쳐 암초 돌진
20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 2만6천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정박돼 있다. 퀸제누비아2호는 전날 제주에서 267명을 태우고 목포로 향하던 중 신안군 장산면에 있는 족도(무인도)에 좌초됐다.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바다로 빠져나온 퀸제누비아2호는 자력으로 항해해 목포 삼학부두에 정박했다.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객과 선원 등 267명은 전원 무사히 구조됐다. 연합뉴스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267명이 탑승한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된 원인은 항해사가 휴대전화를 보다가 항로를 이탈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경 수사에서 드러났다. 해경은 여객선 항해사와 조타수를 긴급 체포해 수사 중이다.
20일 목포해양경찰서는 사고 여객선 일등 항해사 40대 남성 A 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를 제때 항로 변경을 하지 않아 사고를 일으킨 혐의(중과실 치상)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여객선이 사고 위치를 지날 때 조타실에 있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휴식을 취한 60대 선장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A 씨는 사고 당시 당직 근무 중으로, 폭이 좁아 수동 운항해야 하는 구간에서 휴대전화를 보느라 자동항법장치에 조종을 맡겼다. 이로 인해 방향 전환(변침) 시기를 놓쳐 여객선이 무인도 방향으로 돌진해 암초에 부딪힌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최초 진술에서 변침을 시도했으나 방향타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경이 1차 육안 감식을 마치고 추궁하자 포털 뉴스를 보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사고가 난 곳은 장산도와 족도를 포함해 여러 무인도가 많아 수로가 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이 경우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조타수가 항해사 지시를 받아 직접 방향을 전환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해경은 조타수가 수동으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항해기록장치(VDR)와 선박 안을 비추는 CCTV 영상도 확보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한 이날 오후 1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선급, 목포해양안전심판원 등과 함께 선체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사고 당시 원활한 관제 소통이 이루어졌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따르면, 사고 위치와 방향 전환 지점 간 직선거리는 약 1600m였다. 사고 시점 선박 속력인 22노트로 약 3분 거리다. 사고 해역은 관제사 1명이 담당하고 있었으나 좌초 직전부터 좌초 후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항로 이탈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성윤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장은 “관제 업무를 책임지는 입장으로써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고 지점과 항로 간 거리가 매우 가깝고 고속 항해 중이어서 관제사가 교신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