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수성가한 후 어려운 이웃 돕게 된 사연, 자서전에 담았어요” 윤종운 (주)청정냉동 대표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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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왕' 기업인, 이번엔 작가로 변신
'파도는 나를 삼키지 못했다' 책 펴내
판잣집에서 태어나 지점장 되기까지
대표 취임 이후 13년째 나눔 실천해

‘기부왕’ 기업인으로 알려진 윤종운 (주)청정냉동 대표가 이번에는 작가로 변신했다. 자수성가한 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까지 하게 된 사연을 담은 자서전 〈파도는 나를 삼키지 못했다〉를 펴낸 것이다.

윤 대표는 1963년 부산 사하구 감천동 한 무허가 판잣집에서 가난했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난생 처음 배부르게 먹었던 형의 가을 운동회, 부친이 절름발이가 됐던 이유와 가난을 면할 수 있었던 장인어른의 유산을 기부한 사연 등을 담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양산에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자 기부왕으로 통한다. 농협을 명퇴하고 지난 2012년 소주동에 위치한 (주)청정냉동 대표로 취임했다. 윤 대표는 “대표 취임 때 수익의 40%를 나눔 행사에 사용하기로 나 스스로 약속했다”라며 “지금까지 해마다 5000~6000만 원에 상당하는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실제로 그는 청정냉동 대표 취임 이후 현재까지 22억 원 상당의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기탁하면서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이 공로로 2022년에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에는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금액인 4억여 원을 나눔 행사에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수성가하기 까지 가난 때문에 사춘기 시절 신문 배달과 구두닦이 등 온갖 궂은일을 해야만 했던 윤 대표다. 가난은 청년기에 와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결핵 치료 중에 먹고 살기 위해 막노동도 해야 했다. 그러다 농협에 입사하면서 금융맨으로 치열한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시련은 끊이지 않았다. 신용대출이 부도로 이어지자 부하 직원들의 문책을 막기 위해 각서를 쓰기도 하며 인생 중반을 보냈다. 그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내 인생에 밀려온 하루 75만 번의 파도도 나의 모습을 깎아 놓았을지언정 삼키지 못했다”라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단체 사진 외에 찍은 사진이 없다 보니 책 속 일부 사진은 AI를 활용해 만든 사진이어서 엄청 속이 상했다”라고 고백했다.

책을 쓰면서 윤 대표는 육십 평생을 처음으로 뒤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며 반색했다. 그는 “내가 5살이던 해, 형의 가을 운동회 때 난생처음으로 배부르게 먹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윤 대표는 물품 기탁에 그치지 않고 평소 자신의 업체 관리를 위해 배우고 익힌 용접과 목공 기술을 이용해 어려운 이웃의 집수리를 돕는 등 재능 기부도 이어오는 중이다.

윤 대표는 “농협 입사하기 전까지 쌀밥 한 번 마음껏 먹지 못한 아픈 기억이 ‘나눔 행사’를 시작하게 했다”라며 “‘재산은 움켜쥘수록 빠져나간다’라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나눔이 필요한 지역 사회와 함께 살아가겠다”라고 말했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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