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오션플랜트 매각 저지 여론전 고삐 죄는 고성군
국회·정부 부처에 반대 입장문 전달
“매각 결정 전면 재고 하거나 중단”
경남 고성군이 지역 최대 사업장인 SK오션플랜트 사모펀드 매각 저지를 위한 여론전에 고삐를 죈다.
고성군은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에 ‘SK오션플랜트 지분 매각 반대 입장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고성군은 입장문에서 “SK오션플랜트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지역의 희망과 청년 일자리 그리고 고성의 미래를 상징하는 동반자”라며 “지역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는 졸속 매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기업과 지역이 함께 번영하는 길만이 진정한 상생의 길이다. 이번 매각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매각 결정을 전면 재고하거나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기업의 경영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지역 산업과 고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기회발전특구 제도 개선, 투자이행 점검체계 마련, 지역 산업과 정주 인프라 확충 등 미래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K오션플랜트는 720여 명을 직고용하는 고성군 내 가장 큰 사업장이다. 협력업체 직원 수도 30여 업체, 2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지지부진한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에 1조 153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청사진과 함께 지역민 3600명을 우선 고용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며 특구 지정까지 받아냈다.
경남도와 고성군은 이를 믿고 전폭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송전선로·사설항로·공유수면 인허가를 지원하고 국도 확·포장, 진입도로 개설, 도시공간 수립 등 1672억 원 규모 공공예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SK오션플랜트 사업장이 있는 고성 동해면 주민들로 구성된 동해면발전위원회는 ‘SK 매각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달 28일 주민 반대 집회를 열었다. 대책위 제공
그런데 최근 모기업이자 최대 주주인 SK에코플랜트가 사모펀드 운영사와 지분(37.6%)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업 축소와 투자 중단,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지역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역 사회는 매각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성에서는 지난달 22일 시민·상공계·기관단체·학계가 연대한 ‘SK오션플랜트 매각 결사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부울경포럼, 지역 상공회의소, 경제인연합회 등 동남권 상공계도 매각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며 반대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도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예상보다 강한 저항에 강경하던 SK그룹도 ‘매각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며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