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벌 의상 다 다른 뮤지컬 ‘위키드’…알고 보면 더 재밌는 ‘마법’ 무대
13일 개막한 부산 첫 내한 공연팀
19일 공연 의상·백스테이지 투어
‘타임 드래곤’ 움직임 관찰도 재미
“부산 관객 폭발적인 반응 놀라워”
내년 1월 18일까지 드림씨어터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1막 중 'Popular'(파퓰러)를 부르는 모습.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1막 중 'What is this feeling'(이 낯선 느낌)을 부르는 모습. 에스앤코 제공
200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23년째 롱런 중인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언어와 문화 차이를 뛰어넘는 현대적인 메시지와 공감, 환상적인 무대, 파워풀한 음악 덕분은 아닐까. ‘위키드’는 ‘레플리카 프로덕션’(원작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공연 형태)이 기본이어서 23년 전부터 같은 형태로 공연할 수밖에 없고, 최신식 LED 스크린 같은 건 구경도 못 한다. 그런데도 ‘위키드’는 마법 같은 순간을 무대 위에서 170분(인터미션 20분 포함한 서울·부산 공연 러닝타임) 동안 펼칠 수 있는 것은, 의상팀과 기술팀,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가 똘똘 뭉쳐 노력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2막 중 'Wonderful'(원더풀)을 부르는 모습. 에스앤코 제공
'타임 드래건'이 설치된 뮤지컬 ‘위키드’ 무대 전경. 드래건을 움직이는 기술팀 직원은 무대 왼쪽 2층 발코니에서 줄을 잡아당기며 조종한다. 공연 중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김은영 기자 key66@
‘위키드’의 대표적인 무대 세트로 손꼽히는 소형 비행기 크기의 12.4m ‘타임 드래건’이 연기를 내뿜는 장면만 하더라도 암전 속 무대 하부 쪽 발코니에 등장한 기술 파트 직원 한 명이 거대한 퍼핏 인형을 다루듯 직접 조종해 움직인다. 어둠 속 관객 시선은 드래건을 향하고 있어 그것을 움직이는 스태프를 보지 못할 뿐이다. 기자도 본 공연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광경을 ‘타임 드래건’ 시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제 타임 드래건이 움직이는지 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 팁이다. 오즈 마법사의 얼굴인 ‘오즈 헤드’ 역시 대사에 따라 입이나 턱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것 역시 기술팀 직원이 타이밍에 맞춰 직접 조종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기술팀 직원만 10여 명이 필요한 것이 ‘위키드’ 공연이다.
이번 ‘위키드’ 내한 공연은 2023년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맞아 제작된 투어 팀으로, 호주·싱가포르 공연을 끝내고 서울에 이어 지난 13일부터 부산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2012년 한국 초연 이후 13년 만이자 부산 첫 내한 공연이다. 19일 오후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열린 백스테이지 투어는 ‘위키드’의 대표적인 의상과 소품을 소개하고, 백스테이지로 이동해 의상 벙커 등을 돌아본 뒤 다시 객석으로 나와 무대 전체가 에머랄드 빛으로 눈부신 ‘원 쇼트 데이’(One short day)에 등장하는 앙상블·스윙 배우 4명과 인터뷰를 가지는 순서로 진행됐다.
19일 오후 부산 드림씨어터 로비에 마련된 뮤지컬 ‘위키드’ 의상&소품 전시 모습. 왼쪽 검은색이 엘파바 2막 의상이고, 오른쪽이 글린다의 버블 드레스이다. 김은영 기자 key66@
19일 오후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키드’ 의상&소품 소개 중 글린다 의상과 마법봉을 설명하는 프로덕션 매니저 제스 스콰이어스. 김은영 기자 key66@
뮤지컬 ‘위키드’ 모자 소품. 김은영 기자 key66@
뮤지컬 ‘위키드’ 부츠 등 신발 소품. 김은영 기자 key66@
뮤지컬 ‘위키드’ 소품 중 신발.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1막 중 'One Short Day'(단 하루)를 부르는 모습. 에스앤코 제공
먼저 2004년 토니상과 드라마 데스크상을 휩쓴 화려한 의상에 대해 프로덕션 매니저 제스 스콰이어스가 입을 열었다. “‘위키드’의 아름다운 의상은 주연배우들과 앙상블 다 포함해서 약 350벌이 사용됩니다. 약 40억 원의 가치를 지녔으며, 단 한 벌도 동일한 디자인이 없습니다.” 그는 또 “주인공인 엘파바와 글린다 의상은 특히나 캐릭터를 나타내는 데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오프닝 장면에서 글린다가 입고 등장하는 ‘버블 드레스’와 지층에서 모티브를 얻어 360겹의 레이어로 디자인된 엘파바의 2막 검은색 드레스는 현란한 디테일과 과감하면서 스타일리시해 환상적인 세계를 구현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엘파바 2막 의상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돼 있기도 하다.
뮤지컬 ‘위키드’에 출연 중인 앙상블 배우들에 에메랄드 시티 분장을 하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19일 오후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키드’ 의상&소품 소개 및 백스테이지 투어 중 4명의 앙상블·스윙 배우가 객석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19일 오후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키드’ 백스테이지 투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앙상블 배우들. 김은영 기자 key66@
의상은 물론, 모자, 신발, 소품까지 독특한 디자인으로 구현된 에메랄드 시티 의상은 배우들이 실제 착용하고 객석으로 나왔다. 끼고 나온 선글라스까지 초록색이다. 제스 매니저는 “공연 중 에메랄드 시티가 나오는 장면은 해당 도시로 관객들을 확 끌어당겨야 하는 장면인데 이때 의상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가까이서 본 의상과 소품은 디테일이 놀라웠다. 제스 매니저는 “한 주에 8회 공연을 하는데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에서 똑같은 퀄리티의 의상으로 공연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의상팀이 떨어진 비즈를 수선해 가며 옷 상태를 보존한다”고 말했다. 모든 의상이 실려 있는 의상 케이스만 총 42개이다. 소품도 많아서 모든 게 제자리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공연 중 가장 빨라야 하는 퀵 체인지는 23초여서 벙커까지도 못 가고, 무대 뒤 대기 중에 스태프 도움으로 바로 갈아입는다.
뮤지컬 ‘위키드’ 백스테이지 의상 벙커 모습.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오프닝 장면. 글린다가 입고 있는 것이 버블 드레스이다.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위키드’ 소품 중 글린다 마법봉. 에스앤코 제공
오랜 세월 공연한 만큼 약간은 달라진 점도 있었다. 100% 수작업으로 제작된 글린다의 버블 드레스 경우, 초연 당시에는 약 20㎏에 달하는 무게였으나 보다 가벼운 소재로 업그레이드되면서 7㎏으로 줄어들었다. 의상과 메이크업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전신을 초록색으로 칠해야 하는 엘파바의 분장 과정에 대해서 묻자 “노출되면 안 되는 비밀 중 하나가 엘파바의 초록색 피부여서 상세한 설명은 못 하지만, 엘파바 분장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가량 소요된다”고 전했다.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1막 중 'Defying Gravity'(중력을 벗어나)를 부르는 모습.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2막 중 'Thank Goodness'(감사해)를 부르는 장면.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1막 중 'Dancing Through Life'(춤추듯 인생을)를 부르는 모습. 에스앤코 제공
무대 메커니즘도 놀라웠다. 쉬즈 대학, 오즈 더스트 볼룸, 에메랄드 시티 등으로 이어지는 1막은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무대 전환이 이루어진다. 게다가 5000개에 달하는 그린 LED 조명, 수천 개의 비눗방울과 함께 하늘에서 나타나는 글린다의 버블 머신, 무대 가장 높은 곳까지 치솟는 엘파바의 짜릿한 플라잉은 손꼽히는 ‘위키드’ 볼거리이다.
앙상블과 스윙으로 참여하는 배우들의 소감도 잇따랐다. 케이트 약슬리는 “에메랄드 시티 장면에서 제가 입는 의상은 피시테일 모양으로 라인이 많아서 걷고 포즈를 취하는 것도 신경이 쓰이지만, 모든 앙상블 배우가 화려하고 정교하면서도 각자 개성이 담긴 의상을 입는다”고 밝혔다. 맷 홀리는 “개인적으로 부산은 ‘위키드’를 공연하는 12번째 도시인데, 숨죽이면서 공연을 보다가도 끝났을 때는 폭발적으로 환호성을 질러준 관객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올리비아 카스타냐는 “서울과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부산이 좀 더 편안한 느낌이 든다”면서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반겨주니까 아름다운 도시 부산을 매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 ‘위키드’ 내한 공연 2막 중 'March of the Witch Hunters'(마녀 사냥)을 부르는 장면. 에스앤코 제공
한편 이번 공연을 위해 동원되는 스태프는 배우,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팀 등을 포함해 120~130명에 이른다. 부산 공연은 내년 1월 18일까지 이어진다. 글린다 역에 코트니 몬스마, 엘파바 역에 셰리든 아담스와 조이 코핀저 얼터네이트(주연배우의 배역을 소수의 회차만 맡아서 공연하는 배우), 마법사&딜라몬드 교수는 폴 핸런, 모리블 학장은 제니퍼 불레틱, 피에로 역에 리암 헤드, 엘파바 동생인 네사로즈 역에 첼시 딘, 보크 역에 커티스 파파디니스가 출연한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