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항공, 지역 거점 항공사 삼키고 승객 불편까지 안기나
김해~김포공항 왕복 항공편 축소
지역민 이동권 침해… 운항 개선을
에어부산, 진에어, 대한항공의 김포~김해 운항 편수가 전년 동기 대비 238편(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오후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내선 청사에 탑승 항공편이 안내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항공편이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다고 한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계열사인 LCC(저비용항공사) 진에어, 에어부산의 지난달 김해~김포공항 왕복 항공편은 1051편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왕복 항공편인 1289편에 비해 18% 감소했다. 특히 대한항공의 해당 노선 왕복 항공편은 지난달 346편으로 지난해 10월 548편에 비해 36%나 감소했다. 에어부산도 같은 기간 33편 줄었다. 세 항공사는 해당 노선 운항의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항공사는 ‘항공기 정비’를 사유로 내세웠지만, 에어부산이 대한항공에 편입된 이후 부산 중심의 운항 전략이 사라진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부산과 서울을 연결하는 하늘길 축소는 김해공항 이용객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당장 항공권 가격이 올라 경제적인 부담을 느낀다. 토요일 기준 김해~김포공항 편도 항공권 가격은 7만~10만 원대로 과거 5만 원 내외에 비하면 가격이 최대 배 가까이 올랐다. 이마저도 여객이 몰리는 월, 금, 주말 등 황금 시간대는 구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출장이 잦은 부산 지역 기업인들은 비행기 표 구하기 전쟁에 시달린다. 휴가철인 여름에는 취소 표를 기다리는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항공산업의 독과점 구조가 지역 항공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지역민의 이동권 침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통합이 되면 서울과 부산을 잇는 항공편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부산이 하나의 회사로 합쳐지며 수익성이 낮은 단거리 노선보다 국제선에 중대형 항공기를 우선 투입하는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해~김포공항 노선에서 중복되는 항공편을 줄이면서 운항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해공항 노선 감축에 따른 운항 편수 감소가 현실화하면 지역민의 항공 선택권 자체를 빼앗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을 삼켰지만, 김해공항 노선 축소로 승객 불편까지 안기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2020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추진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은 김해공항을 지방 공항 LCC 허브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당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대한항공은 통합 LCC 허브를 지역 공항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2년 통합 LCC 본사 소재지에 대해 “진에어를 브랜드로, 인천국제공항을 허브로 운항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올 3월에는 에어부산 분리 매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지역 염원을 무시했다. 대한항공은 ‘김해공항 LCC 허브 육성’이라는 합병 추진 당시의 초심을 되살려, 부산 중심의 운항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독과점 항공 기업의 전략에 지역민만 희생당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