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사각지대
강문출 (1953~)
사이드미러 시야를 놓쳐
옆 차를 조금 긁었다
미안하다는 말보다
보험 처리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장례식장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마음이 흔들리는 날에는
바깥을 살펴야 할 눈길이
수시로 맘 속으로 되돌아왔다
사람이나 제도나
놓치고 그르친 일에 대해 왜
변명부터 앞세우는 것일까
표정이 자신까지 속이지는 못한다
마음의 사각지대를 찾기 위해
거울을 이리저리 돌리느라 얼굴이 화끈했다
시집 〈거미백합〉 (2024) 중에서
인간의 시야각엔 한계가 있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을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하는 곳, 살피지 않는다면 사고의 원인이 되는 곳입니다. 복지나 법률, 의료, 교통, 건축 등 규칙이나 규제가 건드리지 못하는 허점 등을 비유할 때에도 쓰이는데요.
바깥이라는 세상 곳곳에 있는 그 사각지대가 우리의 마음에도 있음을 시인은 고백하고 있습니다. 사각지대를 살피지 못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실수에 대한 태도가 인간적인 모습보다 제도적인 것일 때 부끄러운 것임을 느끼게 합니다.
사람이 사는 사회나 사물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존재하는 곳. 너무 가까이에 있어 혹은 무언가에 가려 있어 보이지 않는 곳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지요. 관심을 갖고 주변을 살펴야 할 생각지대에 대해 생각게 하는 시편입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