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첨단산업 인재 떠나는 부산, 원격근무 대안으로 뜨나
IT·디지털 분야 '분산형 일자리' 확산
기업 유치 병행, 탈지역 저지 활용을
클립아트코리아
부산은 미래 성장 동력이 되는 정보통신(IT)·과학기술 분야 신산업 인재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배출되는 도시다. 하지만, 이 인력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하면 지역을 떠난다. 부산의 일자리는 1인당 0.07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절반이 월급 300만 원 미만으로 열악한 탓이다. 젊은 세대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대기업이 몰린 수도권으로 떠밀리는 실정이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부산 청년 인구는 21만 명 이상 감소하고,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지역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청년 유출 해법으로 1순위에 꼽힌 대기업 유치 노력의 성과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대안 모색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은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및 명지·강서 산단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신산업 특구와, 동부산·원도심·서부산 5대 혁신클러스터로 디지털, 친환경, 첨단산업이 약동하는 도시 성장 비전을 그리고 있다. 기업이 몰려오고, 일자리가 창출되며, 청년 세대가 지역에 머물게 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신산업 유치는 인력 유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 형성된 연관 산업 생태계와 시장 접근성, 인력 네트워크의 기득권이 공고한 탓이다. 이 때문에 기업 유치 노력은 계속하면서도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절실하다. 이 상황에서 지역을 떠나지 않고 원격근무를 이용해 수도권 대기업으로 취업하는 시도가 등장해 주목된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부산의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 사이에 지역의 구직 한계를 수도권 대기업 원격근무제 취업으로 극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젊은 층에 선망의 대상인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에 원격근무가 확산하면서 부산 거주자에게도 수도권 대기업의 취업 문호가 열린 것이다. 수도권의 비싼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않고도 대기업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 IT 분야 구직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부산에서 재택근무로 소득을 얻을 수 있으면 지역에 남고 싶다’(83.7%)라는 응답은 청년 이탈 대책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점을 시사한다.
원격근무는 기성세대에 낯설지만, 디지털 기업과 청년세대에는 뉴노멀이 된 지 오래다. 부산의 산단과 클러스터에 기업을 유치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지만, 원격근무가 ‘분산형 일자리 모델’이라는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시내 각 대학에서 IT·디지털 인력이 대거 배출되는 부산은 기대 효과가 크다. 그간 부산시 정책이 관광 중심의 워케이션 지원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정주를 위한 원격근무 기반 조성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공공 부문이 앞장서서 원격근무 채용을 모델화하거나, 구인-구직 매칭 시스템 구축, 원격근무 오피스 제공 등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를 위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