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 구하기 힘든 달빛어린이병원, 이게 지역의료 현실
소아 밀집 해운대도 지정 운영 중단
필수 의료인력 수급 위한 대책 시급
지역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고 소아환자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병원을 지정해 운영하던 달빛어린이병원의 ‘달빛’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부산 해운대 지역 지정 병원이 지난달 지정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부산지역에서는 달빛어린이병원이 8개로 줄어들었다. 2014년 보건복지부 공모를 통해 시작된 뒤 꾸준히 늘어오던 달빛어린이병원은 최근 들어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드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미 지정된 달빛어린이병원의 운영 측면에서도 휴일 진료 등 현장 상황이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속가능성에 약점을 보이며 운영에 허덕이는 이들 병원은 지역 필수의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사업을 진행해 온 보건복지부는 기초지자체마다 1개의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지역은 16개 기초지자체 중에 절반인 8곳만 달빛어린이병원이 지정돼 있을 뿐이다.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는 지난달 소아 인구 밀집 지역인 해운대 지역 지정 달빛어린이병원이 운영을 중단한 이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해당 병원이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을 중단한 사유는 의사 채용 난항이다. 소아과 의사 1명이 병원을 그만두자 이를 대신할 인력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단지 의사 1명 결원이 발생한 것만으로도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이 중단되는 게 소아과 필수의료의 현실이었다.
이 같은 지역 소아과 의료 인력의 현실은 달빛어린이병원의 파행 운영으로도 이어져 언제 또 다른 병원의 운영 중단 사태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 됐다. 현재 지정돼 있는 달빛어린이병원들도 토요일이나 일요일, 공휴일에는 오후 10시 이후 심야에 위급한 소아환자를 받을 수가 없다. 휴일 심야에 병원 문을 열려면 병원마다 사실상 소아청소년과 의사 2명 이상이 필요하지만 최근 해당 과 전문의 배출은 급감하는 추세여서 의사를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부산시가 예산을 늘려 1년에 6000만 원씩의 보조금을 병원에 지급하는 등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소아과 전문의 확보 문제는 지자체가 어찌할 방법이 없다.
달빛어린이병원이 활성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필수의료 전문의 수급과 직결되는 문제다. 필수의료 전문의 지원 기피 세태가 만연한 상황에서는 지자체가 아니라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선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수도권에 비해 필수의료 인력이 태부족한 지역의 입장에서는 이는 최소한의 진료받을 권리까지 상실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알게 모르게 진행돼 온 지역 필수의료의 붕괴는 달빛어린이병원의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의료분쟁과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비롯한 제도 개선부터 적정 수가 보장 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본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