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사고 8일만에 ‘지각 사과’… 발주사 책임에는 ‘모르쇠’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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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중공업과 13일 공식 사과 표명
“원인 규명”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발주사 책임론엔 “조사 중” 즉답 피해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8일째인 13일 오전 한국동서발전 권명호 사장(가운데)과 임원진이 발전소 후문 앞에서 사고 후 처음으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8일째인 13일 오전 한국동서발전 권명호 사장(가운데)과 임원진이 발전소 후문 앞에서 사고 후 처음으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8일째인 13일 오전 한국동서발전 권명호 사장(오른쪽 세번째)과 임원진이 발전소 후문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8일째인 13일 오전 한국동서발전 권명호 사장(오른쪽 세번째)과 임원진이 발전소 후문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8일째인 13일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 권명호 사장과 김완석 HJ중공업 대표이사가 잇따라 공식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7명의 매몰자 중 6명이 숨지고 1명에 대한 수색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지각 사과’인 데다, 원론적인 내용만 되풀이하고 사고 원인과 안전 책임론에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명호 사장은 13일 오전 11시 사고 현장에서 “고인분들에 대한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국민 여러분께도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사고 발생 8일이 지나서야 이뤄진 사과여서 지역사회에서는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 여론이 지배적이다.

사과문은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하겠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 “모든 절차를 재점검하겠다”는 등 이미 사고 초기에 나왔어야 할 원론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특히 권 사장은 “노후 발전설비의 폐지와 해체는 불가피한 과제”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향후 60기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과정에서 안전 사고가 나지 않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관리 소홀’ 책임을 ‘불가피한 과제의 어려움으로 희석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과문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권 사장의 ‘책임 회피성’ 답변이 두드러졌다.

기자들이 이번 사고의 쟁점인 발주사의 책임과 실질적인 지휘·감독 여부 등을 묻자, 권 사장은 “관계 기관에서 조사와 수사 등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서 저희들이 감당할 부분은 감당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기본적인 안전 관리 현황에 대한 질문에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동서발전 관계자가 몇 명 있었나’, ‘안전 관리 인원은 몇 명이었나’는 질문에 권 사장은 “자세하게,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답답한 기자들이 “답변할 수 있는 다른 분이 답해달라”고 요청하자, 권 사장은 “오늘은 저희들이 그동안 늦었지만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장소로 그렇게 정했다”며 사실상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시공사인 HJ중공업도 이날 동서발전에 이어 현장에서 사과 입장을 밝혔다.

김완석 HJ중공업 대표이사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되신 유가족 여러분께 뼈를 깎는 심정으로 사죄드린다”며 “마지막 실종자분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드리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루빨리 구조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오후 2시 2분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는 높이 63m, 가로 25m, 세로 15.5m 규모 보일러 타워(5호기)가 순식간에 무너져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됐다. 현재까지 매몰자 중 6명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1명은 실종 상태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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