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오페라인가, 수난곡인가? 로시니 '스타바트 마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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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키노 로시니. 위키미디어 조아키노 로시니. 위키미디어

음악평론가 음악평론가

1841년 10월 31일, 로시니(1792~1868)의 걸작 ‘스타바트 마테르’ 개정판이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슬픔의 성모’ 또는 ‘성모 애가’로 번역되는 기독교의 오래된 시가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세상을 떠날 때 곁에서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담은 내용이다. 누구보다 정의롭고 따뜻하고 지혜롭던 아들이, 점령군에게 잡혀 십자가형을 당하며 죽어가는데, 그것을 아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머니가 있다. 종교적인 믿음을 떠나서라도 이 장면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가슴 아픈 풍경일 것이다. 그래서 13세기부터 ‘스타바트 마테르’라는 제목으로 음악을 작곡했고, 특히 기독교의 수난절에 많이 연주했다. 그중에서도 페르골레시, 비발디, 보케리니, 드보르자크, 코다이 작품과 함께 불멸의 명곡 반열에 올라선 작품이 로시니가 만든 ‘스타바트 마테르’다.

이 곡은 로시니가 음악계에서 은퇴한 후에 만든 작품이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37세가 되던 1829년 오페라 ‘기욤 텔’을 초연한 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로시니는 맛있는 요리를 찾아다녔다. 그는 이런 말을 남긴 적 있다. “나는 평생 세 번 울었다. 첫째는 첫 오페라가 실패했을 때였고, 두 번째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었을 때였다. 그리고 세 번째는 뱃놀이하다가 점심으로 준비한 칠면조 요리를 물에 빠트렸을 때였다” 그는 진정한 탐식가이자 미식가였고 요리 연구가이기도 했다. 당대의 유명한 요리사치고 로시니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생활하던 중인 1831년에 스페인의 고위 성직자인 페르난데스 바렐라가 로시니에게 막대한 금액을 제시하면서 작곡을 의뢰했다. 로시니는 원래 마감 기한을 미룰 대로 미루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 곡을 의뢰받고서도 계속 게으름을 피우다가 결국 여섯 부분만 작곡하고, 나머지는 다른 작곡가에게 맡겨 발표했다. 이후 1841년에 정식 출판을 하기 위해 작곡을 보충하고 이듬해인 1842년 오늘, 파리에서 초연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제2곡인 ‘cujus animam’(탄식하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기존 ‘스타바트 마테르’에선 전혀 볼 수 없던 오페라 아리아풍의 곡을 삽입해 놓았기 때문이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로시니였으니 망정이지, 평범한 작곡가였다면 욕만 잔뜩 먹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특별한 곡은 테너들의 기량을 보여주는 명곡이 되어 독립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등이 잘 부르던 곡인데, 오늘은 1982년 팔레르모에서 태어난 테너 파올로 파날레의 리허설 장면으로 준비했다.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중 '탄식하는 어머니 마음' - 파올로 파날레 (테너), 파리오케스트라, 헤수스 로페즈-코보스 (지휘)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중 '탄식하는 어머니 마음' - 파올로 파날레 (테너), 파리오케스트라, 헤수스 로페즈-코보스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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