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없어 불편하다더니… "그래도 우리 동네 안될 말"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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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 "연내로 사업자 선정할 것"
자체 화장장 없어 조례 설치 등 박차

17일 강서동·상북면서 주민설명회
일부 주민·종교시설까지 나서 반발

천주교 부산교구 영성의집 교인들이 지난 17일 양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어곡동은 물론 상북면에 추진 중인 화장장 건립을 반대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천주교 부산교구 영성의집 교인들이 지난 17일 양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어곡동은 물론 상북면에 추진 중인 화장장 건립을 반대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경남 양산시가 자체 화장장이 없어 첫 시설 건립에 나서자 주민 반발이 거세다.

종합장사시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여론 수렴을 위한 주민 설명회를 시작하자 한동안 잠잠했던 주민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어곡동화장장 건립저지 비상대책회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7일 강서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집회를 갖고 어곡동은 환경적 측면에서 화장장을 검토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공모제 취지라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취지에 부합하게 민원 반영 비중이 가장 높아야 한다”며 “어곡동은 계곡형 분지 형태로 오염된 공기가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고 머무는 지역이어서 화장장을 검토할 수 없는 곳”이라고 밝혔다.

일부 주민뿐만 아니라 종교시설까지 화장장 건립에 반대하고 나섰다. 천주교 부산교구 영성의집 교인들도 같은 날 양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어곡동에 추진 중인 화장장 건립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화장장이 건립되는 부지는 영성의집에서 직선거리로 500여m 떨어져 피해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며 “영성의집은 청정 지역으로 전국 각지에서 교육과 휴식을 위해 연간 3만 명 천주교 교우들이 찾아 심신 안정과 휴식, 영적 체험을 통해 인격적 성화를 이루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 양산시의회에서 ‘화장장 설치와 운영 방법 개선을 위한 건의안’을 정부·국회 등 관계 기관에 보냈다.

주민 갈등을 유발하는 화장장을 건립하지 말고 그 대신 부산이나 김해 등 인근 화장장을 추가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국비 신청을 건의한 것이다.

이들은 “주민 갈등만 부추기는 것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주민 환경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어곡동 화장장 건립 저지 비상대책회위원회가 지난 17일 강서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집회를 갖고,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김태권 기자 어곡동 화장장 건립 저지 비상대책회위원회가 지난 17일 강서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집회를 갖고,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김태권 기자

종합장사시설 후보지 중 한 곳인 상북면도 일부 주민들이 화장장 건립을 반대했다. 이곳과 인접한 통도사마저도 부정적인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시는 종합장사시설 후보지인 강서동과 상북면에서 개최한 주민 설명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등 오는 11월까지 타당성 조사를 완료하고 ‘추진위원회’를 열어 최종 후보지를 선정한다.

이후 행정절차를 거쳐 2027년 착공해 2028년 준공할 예정이다.

앞서 양산은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망자가 폭증했으나 자체 화장시설이 없어 큰 불편을 겪었다.

양산 시민들은 기존에 이용 중인 부산과 울산 화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창원이나 남해, 진주까지 원정 화장을 하는 불편을 겪었다.

같은 해 9월 장사시설 설치 조례와 기금 설치 조례를 각각 제정하고 2023년 2월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이 같은 연유다.

양산시가 구상 중인 장사시설 화장로는 최대 8기다. 6기는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한다. 남은 2기는 화장 수요가 늘어날 때 화장로만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장사시설 후보지 공개 모집에 나섰고, 법인 2곳과 마을 1곳 등 총 3곳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심의 과정에서 3곳 모두에서 결격 사유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재차 후보지 모집에 들어갔고, 접수된 2개 법인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양산시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 시점이 2개월가량 연장돼 11월 중에 완료된다”며 “연내에 장사시설 건립을 위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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