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한 수술로 미용 효과와 심리적 안정까지”
동아대병원 로봇수술센터
외과·비뇨·산부인과 등 영역 확장
깊고 좁은 골반 내에서 로봇팔 장점
신경 및 혈관손상 줄어 합병증 낮춰
흉터 적어 여성 환자 만족도 높아
다빈치Xi 단일공 시스템 동시 운영
3000례 수술 돌파 전국적 지명도
다빈치 로봇은 현존하는 수술로봇 중 가장 정교하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 7월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다빈치를 처음 도입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2004년 국내에 다빈치가 도입되기 전에 동아대병원 비뇨의학과팀이 싱가포르에서 한국인 전립선암 환자의 로봇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바가 있다.
동아대병원 로봇수술센터는 국내 최초로 로봇수술을 시행한 경험과 다빈치 로봇의 개발에 관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센터로 발돋움했다. 현재까지 3000례 이상의 로봇수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박정우(산부인과) 로봇수술센터장은 “로봇수술은 더 이상 특정 수술에만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에 중점을 둔, 더욱 정밀하고 안전한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며 “2007년 로봇 수술 시스템을 첫 도입 이후 다양한 진료과에서 로봇수술의 외연을 넓혀 왔는데 앞으로도 안정성과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비뇨, 산부인과 수술 선택 아닌 필수
비뇨기계 수술은 깊고 좁은 골반 내 작업이 많아 고도의 정밀도가 요구된다. 다빈치 로봇은 이러한 비뇨의학과 수술의 난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로봇수술의 핵심 장점은 정밀성과 안정성이다. 3D 고해상도 확대 시야와 몸속에서 540도(한 바퀴 반)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팔은 복강경 수술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했다. 특히 전립선암 근치적 절제술에서는 주변 신경과 혈관 보존의 정도가 수술 후 기능 회복 결과를 좌우하는데, 로봇의 정밀한 동작이 수술 성공률을 크게 높였다. 신장 부분 절제술이나 요관 재건술에서도 정확한 절개와 봉합이 가능해 장기 보존 및 안전성이 향상됐다.
로봇수술은 자궁근종, 난소종양, 자궁경부암, 난소암, 골반장기탈출증 등 산부인과 질환 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로봇의 장점인 탁월한 시야 확보와 정밀한 조작으로 주변 조직의 손상을 줄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섬세한 봉합 작업도 로봇팔을 이용해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거대한 자궁근종 수술도 어렵지 않다. 이는 수술 후 임신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특히 로봇을 이용한 부인암 수술은 림프절 제거율이 높고 신경손상 가능성이 낮아 수술 후 합병증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미용적인 측면에서도 작은 절개창을 통해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어 젊은 여성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유방, 갑상선암-미용&마음까지 치유
전통적으로 갑상선암 수술은 목 앞쪽 피부에 5~6cm의 절개가 필요했지만, 로봇수술로 귀 뒤, 입 안, 겨드랑이 등 보이지 않는 부위를 통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수술 시간도 단축되고 집도의 부담도 줄어들었다.
갑상선 주변에는 성대 신경이나 주요 혈관이 밀집해 있어 수술 때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로봇팔의 정밀한 움직임, 10배 이상 확대된 3D 화면이 제공되기 때문에 신경이나 혈관의 손상 없이 갑상선암 수술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일상생활로의 빠른 복귀가 환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준다.
로봇 유방 수술은 유방암으로 유방 전절제술을 시행하는 환자 중에서 즉시 유방 재건술을 실시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 사례처럼 BRCA 유전자 돌연변이로 예방적 유방 수술을 받는 여성에게도 적용된다. 성형외과와 연계하여 로봇수술을 통해 겨드랑이 부근에 5cm 정도의 수술 절개창 1개로 유두와 유륜을 보존하는 유방 전절제술과 함께 유방 재건 수술을 동시에 진행한다.
로봇 유방 수술은 기존 절개수술과 비교하여 수술 부위가 작고 절개선이 남지 않아 유방암으로 인한 고통뿐 아니라 신체 변형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함께 수술 후 삶의 질도 높일 수 있게 됐다.
■단일공 모델 도입, 간이식 수술까지
로봇수술은 모든 외과수술 영역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그중에서도 간, 췌장, 담도 등 복잡하고 섬세한 조작이 요구되는 고난도 수술 분야에 요긴하다.
동아대병원은 그동안 로봇 수술의 정밀조작이라는 장점을 이용한 담낭절제술을 포함하여 400례 이상의 주요 간담췌 로봇 수술을 시행했다. 특히 2021년과 2024년 국제간담췌학회에서 간기증자 로봇 간절제술과 간암 환자 대상 로봇 간절제술을 라이브로 시연해 로봇수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최근 열린 국제간학회에서 외과 김관우 교수는 “로봇 간절제술은 복강경 수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대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동아대병원은 4세대 다빈치 로봇수술 장비인 다빈치 SP(단일공) 시스템을 지난해 4월 도입했다. 다빈치 Xi 뿐만 아니라 단일공 로봇을 모두 보유함으로써 환자의 연령, 질환의 위치와 범위 등과 같은 조건을 고려해 최적의 수술 방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다빈치 SP는 1개의 3차원 고화질 카메라와 3개의 수술 기구가 하나의 로봇팔에서 나와 2.5㎝ 정도의 단일 통로로 진입해 수술하는 시스템이다. 인체 내 좁고 깊은 공간에서 시야 확보가 뛰어나고 세밀한 수술에 효과적이다. 특히 한 번의 작은 절개로 흉터를 최소화해 미용적 만족도가 높은 데다, 수술 및 회복 시간 단축으로 합병증이 적으며 일상 복귀가 빠르다. 박 센터장은 “기존 다빈치 Xi 로봇 시스템의 증명된 안전성과 효과를 바탕으로 다빈치 SP를 동시 운영해 고난도 로봇수술을 확대 시행하고 맞춤형 치료로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