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수의 과기세]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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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

구글, '알파고 대국' 통해 AI로 전환 선언
챗GPT 창작 가능, 딥시크 오픈소스 공개
10년 지나며 친숙… 상용화 방식이 관심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 10년 전만 해도 남의 일 같았던 인공지능이 이제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왔다. 어떤 계기를 통해 인공지능이 우리와 가까워졌을까? 인공지능의 경로는 어떤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할까?

첫 번째 계기는 2016년 3월에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었을 것이다. 이세돌은 1승 4패를 기록했고, 그 1승은 바둑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긴 마지막 사례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인상 깊었던 것은 제2국과 제4국이었다. 제2국에서 알파고는 인간의 예상을 빗나간 수를 두어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제4국에서는 이세돌이 기보에는 없는 이상한 착점으로 알파고를 이겼다. 인공지능이 기존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는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는 점과 인공지능이 돌발 상황에서는 무기력할 수 있다는 점을 동시에 보여준 사건이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알파고 대국은 구글이 검색 엔진을 넘어 인공지능으로 나아간다는 선언이었다. 구글은 인공지능 벤처기업인 딥마인드를 인수해 구글 딥마인드를 차렸고,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 대국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여기서 ‘딥’은 다름 아닌 딥러닝을 뜻한다. 딥러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은 작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허사비스는 알파고 대국에 등장한 인물인데, 이후에 알파고 시리즈를 알파폴드로 변환하여 인간 단백질의 구조를 계산하는 데 사용했다.

두 번째 계기로는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챗GPT는 2022년 11월에 출시된 인공지능 챗봇으로 출시 두 달 만인 2023년 1월에 사용자 1억 명을 확보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챗GPT는 분석형 인공지능과 대비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에 해당한다. 기존 정보에 대한 분석을 넘어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기 때문에 기획과 창작의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챗GPT를 가능하게 했던 요소로는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이 꼽힌다. 엄청난 매개변수(파라미터)를 보유한 인공 신경망으로 구성되는 언어모델로 기계어가 아닌 자연어를 처리할 수 있다. 챗GPT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화제가 되었고,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유망 직종으로 부상했다.

얼마 전에는 챗GPT를 활용하여 이미지 파일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많은 사람이 지브리 변환에 몰두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했다고 하니, 요즘의 인공지능은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인 셈이다. 챗GPT의 전력 소비량은 질문 1개당 약 2.9와트시(Wh)로 구글 검색의 10배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챗GPT를 자주 사용한 사람들의 몰입도와 기억력이 급감했다는 보고도 있다.

올해 1월에는 중국산 인공지능 챗봇인 딥시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선을 끌었던 점은 딥시크가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하고 성능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오픈AI가 핵심 사항을 비공개로 유지하고 구글과 메타가 축소된 저사양 모델만 공개하는 방식과 대비되었다. 딥시크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수출이 불허된 고가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 없이 제작되었다는 점도 부각되었다. 이런 식으로 딥시크는 가성비가 뛰어난 오픈소스 모델이 탄생했다는 점을 알렸다. 그것은 작은 규모의 기업이나 조직도 자체적으로 특화된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의 언론은 딥시크의 등장을 ‘제2의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보도하면서 잔뜩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1957년에 구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하여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비유되었던 셈이다.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의 유수한 빅테크가 아닌 중국의 신생 기업이 인공지능을 만들었다는 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딥시크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고 말았다. 딥시크는 개인정보의 과도한 수집, 심각한 환각과 정치적 편향성, 중국 정부의 악용 가능성 등과 같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계기를 통해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고 있지만, 아직 인공지능이 일상적인 상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인공지능은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있는 기술이며, 어떤 식의 인공지능이 상용화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더욱 성능이 우수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는 식의 단순한 논변을 넘어서야 한다.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인공지능도 적절하지 않다. 우리는 어떤 인공지능을 바라는가? 그러한 요구를 반영하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심각히 따져보고 대응해야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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