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이선좌'는 어쩔 수가 없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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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0회 맞는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도입·역대급 게스트 초청
관객 기대 높은데 예매부터 불만 폭주

시민·영화 팬 사랑으로 커 온 영화제
행사 차질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이선좌’. ‘이미 선택된 좌석’을 뜻하는 신조어다. 인기 있는 공연, 스포츠, 영화 등의 표를 온라인 예매할 때 자주 보게 되는 악몽 같은 단어다. 예매자가 좌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미 다른 사용자가 선택한 좌석을 클릭하면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데, 손이 느린 사람들은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곧 매진 사태를 맞는다. 온라인 예매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름난 연주자나 대중 가수의 공연 티켓은 1분 안에 매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5일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폐막작 예매 과정은 어땠을까? 6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아시아 프리미어로 볼 수 있는 제30회 BIFF 개막식 티켓은 평소보다 빠르게 매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시작된 온라인 예매는 집중된 트래픽을 소화 못한 서버 탓에 지연을 반복했다. 예매 시작 40~50분이 지나서야 겨우 예매에 성공했다는 게시글들이 온라인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매에 성공한 이들조차 기뻐하기보다는 “2시 44분에 예매 성공했어요. 이게 말이 되나요? 진짜 어이없어서 헛웃음 나왔음” 같은 후기를 남길 정도였다.

SNS에는 분통을 터뜨리는 관객들의 댓글이 넘쳐 났다. 한 예매 시도자는 △들어가자마자 무한 대기해야 하는 페이지 △대기해서 들어가고 좌석 선택했더니 무한으로 나오는 이선좌와 또 다시 무한 대기 △현황이랑 다른 좌석 선택 창 △유효 시간 만료로 중간에 튕김 △핸드폰 사용 시 화면도 제대로 로딩이 안 됨 등을 ‘열 받는 점’으로 열거했다.

‘이선좌’를 ‘이선자 씨’로 의인화해 “한 시간 동안 약 100분(명)의 이선자 씨를 만나고, 결제창으로 넘어갔을 땐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좌석만 잡으면 될 줄 알았지 결제창이 안 뜰 줄 누가 알았겠어요?”라는 허탈한 후기를 남긴 이도 있었다.

9일 시작될 일반 상영작 예매는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5일 속 터지는 예매를 경험한 이들은 “지금까지 예매하면서 역대급으로 불편했고, 최고로 기분 나쁜 예매 시스템을 경험했다” “모든 페이지 버튼마다 무한 대기, 오류 나는 예매는 난생 처음” “9일 일반 상영작 예매는 또 얼마나 전쟁 같을지…” “일반 예매는 다른 의미로 매우 기대되네” “일반 예매는 제발 순조롭도록 에러 해결해 주세요” 같은 댓글을 달고 있다.

앞서 BIFF는 2022년(27회)과 2024년(29회)에도 예매 오류 문제로 사과문까지 올리는 사태를 빚었다. 29회 행사 때는 트래픽 과부하로 인해 예매에 실패한 이들에게 결제가 진행되는 황당한 문제가 벌어졌다. 2022년에는 보다 빠른 결제를 위해 예매권을 미리 구매한 영화 팬들이 티켓 시스템 운영사의 설정 오류로 예매권을 쓰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온라인 예매 오류가 계속되자 30회를 맞은 올해 BIFF 측은 운영사를 바꾸며 시스템 안정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평가는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서버 진짜 역대급으로 최악이네요. 예매권도 다 사 놨는데, 호텔이고 기차표고 지금 다 취소할까 생각 중” “한국 사람도 이렇게 예매가 어려우면 외국인은 어떡하나. 영화제가 내수용이냐”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에선 “부국제 30주년이라고 서버 30년 된 거 쓰는 거냐” “그냥 모르쇠로 가는 건가요? 나날이 좋아지는 기술에, 쇠퇴하는 시스템이라 신선하긴 하네요” 같은 말로 BIFF의 후진적 행사 운영을 꼬집기도 했다.

올해 BIFF 개폐막식 예매에 이처럼 접속이 폭증하고, 그에 따른 불만이 쇄도하는 것 역시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거다. 30회 행사를 맞아 BIFF 측은 역대급 게스트를 초청하고 경쟁 부문을 도입해 ‘부산 어워드’를 신설하는 등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렇기에 ‘예년보다 접속자가 많아서’라는 식의 해명은 영화 팬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엔 역부족일 듯하다.

200여 편의 일반 상영작에 대한 예매가 시작되는 9일에는 이 같은 불만이 재현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30년간 시민들과 영화 팬들의 사랑으로 성장해 온 BIFF가 앞으로 펼쳐갈 30년의 미래 비전을 확인시켜 주는 의미 있는 행사로 올해 영화제가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온라인 예매 시스템 서버 점검을 비롯한 철저한 행사 대비는 필수다. 영화 팬들이 이번엔 ‘이선좌’의 악몽에서 벗어나 ‘어쩔수가없다’의 GV(관객과의 대화) 등 보고 싶은 영화 예매에 시원하게 성공하길 기대한다.

이자영 문화부장 2young@busan.com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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