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대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부담금… 재산정 논의도 오리무중 [해체 원전, 묻혀버린 검증]
산정委, 고준위 비용 계속 동결
2년 전 산자부 고시 계획도 철회
깜깜이 지연 배경에 의문 제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비용을 예상해 적절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부담금(이하 부담금)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세계적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 처리한 선례가 없어,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배가 넘는 규모로 부담금이 계산됐다는 건 지금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걸 의미한다.
현재 적용되는 부담금은 2013년 책정된 기준으로, 경수로형은 3억 1981만 원이며 중수로형은 1320만 원 수준이다. 월성원전 1~4호기가 중수로형이며, 작은 용량의 사용후핵연료가 다량으로 배출되는 특징이 있다.
나머지 국내 원전은 모두 경수로형이다. 2023년 ‘방사성폐기물관리비용 산정위원회’는 경수로형 부담금을 6억 6000만 원 수준으로 계산했다. 중수로형도 배가 넘는 수준으로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기준으로도 부담금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쌓이고 있다. 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2020년 7106억 원이었던 부담금은 2025년 예산에 8449억 원으로 책정될 정도로 커졌다. 새울 3·4호기 등 건설 중인 원전이 가동되면, 부담금이 1조 원에 육박한다. 부담금 기준이 배 이상 커지면, 연간 조 단위로 부담금을 쌓아야 한다.
해체가 확정된 고리 1호기의 경우 40년 운영하면서 1391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배출됐다. 다발당 6억 6000만 원으로 계산하면, 원칙적으로 9180억 원이 처리 비용으로 쓰여야 한다. 고리 1호기 해체 비용(고준위 폐기물 처리 비용 제외) 1조 713억 원에 근접한 규모다.
다만 실제 부담금 인상이 이뤄져 원전 발전 단가에 상당한 영향을 주더라도, 다른 에너지원과의 경쟁에서 순위가 뒤집힐 수준은 아니다. 국내에서만큼은 송전망을 비롯한 여러 환경이 원전에 유리한 측면이 있어, 단가 경쟁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격차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단가가 꾸준히 하락 중인 신재생 에너지를 고려하면, 중장기 에너지 수급 계획에 있어 부담금 인상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부담금이 10여 년간 계속 동결되는 과정도 논란이다. 2013년 이후 산정위원회는 2년 주기로 꾸준히 열렸다. 그때마다 중저준위 폐기물 관리비의 산정 기준은 변동됐지만, 고준위 관련 비용은 줄곧 동결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상황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2013년 말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의 활동이 더뎌 향후 폐기물 처리 방향이 확정되지 않아 부담금 산정에 애로가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의 큰 변동이 발생한 게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단가 상승을 막으려는 원전 업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등 상충된 주장이 부담금 동결의 이유로 동시에 제기된 상황이었다.
2021년 12월 산자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나오면서 상황은 진전되는 듯했다. 이듬해엔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부담금 재산정을 위한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2022년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미뤄진 부담금 정상화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때마침 국정감사에서도 10년 째 동결된 부담금 문제가 거론됐다.
실제로 2023년 산정위가 열렸고, 11월엔 산자부가 관련 고시를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한 달 만에 고시 계획은 철회됐고, 부담금 재산정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고시 자체가 나오지 않으면서 2년 주기였던 중저준위 관리비 산정 기준도 2022년 1월 이후 바뀌지 않고 3년 넘게 그대로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은 “배 가까이 인상되더라도 충분한 정상화일지는 의문”이라며 “어떤 배경으로 고시가 미뤄졌는지, 부담이 커서 그런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