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의 역사 널리 알릴 것" 독립운동 DNA로 뭉친 MZ 후손들 [광복 80주년]
부산 거주 독립 유공자 후예들
"자랑스러운 선조들 정신 계승"
부산시 광복원정대 역할 한몫
중국 항일 유적지 일대 등 탐방
3대 넘어 끈끈한 유대감 공유
80년 전 광복을 맞이하기까지 이 땅에 살았던 독립운동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피와 땀을 흘렸다. 그들은 비록 서로의 존재도 몰랐지만, 함께 일제에 맞서며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기원했던 ‘동지’였다. 80년, 3~4대가 지난 뒤 부산에서 만난 후손들은 선조의 자랑스러운 발자취를 밟으며 친구가 됐다.
제80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부산에서 만난 젊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선조들이 피땀으로 새긴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억하고, 널리 알려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한길(22·부산 부산진구) 씨는 항일 운동을 펼치다 붙잡혀 순국한 김봉제 지사의 증손자다. 평안북도 일대에서 활동했던 김 지사는 1922년 자기 재산으로 애국 청년을 양성하는 왕림학원을 설립하고 반일투사혁명위원회를 조직해 항일 투쟁을 벌이던 중 체포돼 고문 끝에 숨졌다. 정부는 1990년 김 지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증조부의 치열했던 삶과 우리 역사가 걸어온 길을 알고 있는 한길 씨에게 광복절은 ‘가슴 아프면서도 감사한 날’이다. 한길 씨는 “광복절이면 후손들이 이 땅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한 모든 분의 희생을 기리게 된다”며 “증조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으니 후손인 나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길 씨는 지난달 자신과 또래인 독립유공자 후손 김혜인(30·부산 중구) 씨를 만나 친해졌다. 혜인 씨의 외증조부는 일제에 맞서 노동·농민 운동을 펼치다 옥고를 치른 이길원 지사다. 이 지사는 1934년 전남 지역에서 농민 운동과 노동조합 결성을 준비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2020년 이 지사에게 정부는 대통령표창을 추서했다.
한길 씨와 혜인 씨는 우연한 계기로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함께 독립운동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는 부산시 주관의 부산광복원정대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면서 만났다. 참가자 80명은 지난달 16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 연길과 백두산 일대에서 독립운동가의 산실 명동학교 옛터, 봉오동 전투의 전초기지인 오봉촌 등 선조들의 독립 운동 발자취를 따라 밟았다.
선조들의 치열한 삶과 독립운동 역사에 대해 배운 것을 넘어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우정도 쌓였다. 짧은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그들은 독립운동을 매개로 어울렸던 시간을 떠올리며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되새긴다.
혜인 씨는 “결과가 보장된 싸움도 아니고 감옥에 갇히거나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독립운동의 길을 걸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용기”라며 “광복절이면 외증조부께서 목숨을 바쳐 지켜주신 이 나라와 이 삶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한길, 혜인 씨와 함께 광복원정대에 참가한 최지혜(39·부산 해운대구) 씨의 증조부는 3·1 운동에 앞서 독립선언서를 배부하다가 옥고를 치른 최종하 지사다. 강원도 횡성의 천도교 대교구장이었던 최 지사는 3·1 운동의 주역 손병희와 만난 뒤 독립선언서 배부 등 독립운동을 벌이다가 일경에게 붙잡혀 옥고를 치러야 했다. 정부는 1992년 최 지사에게 대통령표창을 추서했다. 지혜 씨는 “힘든 순간이면 편한 삶을 포기하고 재산을 처분하며 독립 운동에 뛰어든 증조부의 결정을 떠올린다”며 “나에게 광복절은 선조들의 희생과 헌신에 깊이 감사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광복과 독립운동의 가치가 80년의 세월을 지나서도 제대로 평가받고 조명되길 바란다. 또한 독립유공자 후손들 사이에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현재 부산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은 544명이다. 지혜 씨는 “앞으로 광복의 의미와 독립운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조명될 수 있도록 젊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소통하고 활동하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좋겠다”며 “광복에 이바지한 증조부의 정신을 이어받아 재능 기부 등을 통해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