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웨이버 공시
며칠 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갑자기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팬들이 깜짝 놀랐다.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올 시즌 처음 한국으로 와 잘 던지고 있는, 그것도 10승 투수를 갑자기 방출하겠다는 발표에 팬들은 물론 야구계가 어리둥절했다. 발표 일자도 데이비슨이 10승을 올렸던 지난 6일 당일이었다. 롯데는 이날 저녁 각 언론사에 문자를 보내 데이비슨을 내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데이비슨과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면담을 실시했으며, KBO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데이비슨의 경우 정확한 표현은 방출이 아니라 ‘웨이버 공시’이다. 웨이버 공시의 사전적 의미는 ‘프로야구에서 구단이 선수의 권리를 포기하고 다른 구단에 이적 기회를 제공하는 절차’를 말한다. 방출과 달리 선수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웨이버 공시 후 7일 내 다른 구단과 협상 기회가 주어지는데, 영입 구단이 없으면 해당 선수는 방출된다. 해당 선수의 영입 비용은 300만 원에 불과한데, 이는 KBO리그 최저 연봉의 10% 수준이어서 사실상 방출 통보나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방출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방출을 하면 해당 선수는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반면 웨이버 공시는 7일 이내 다른 팀에서 영입하지 않으면 남은 시즌을 해당 리그에서 뛸 수 없다. 그래서 시즌 중이라도 외국인 선수는 주로 웨이버 공시하고, 국내 선수는 시즌 후 방출 통보를 하는 게 보통이다. 물론 공시되는 해당 선수의 연봉은 전액 보장된다.
웨이버 공시는 미국에서 생겼다. 미국 프로야구도 당초에는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다. 하지만 19세기 말 여러 야구 리그가 난립하면서 선수들이 이팀 저팀을 오가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구단은 재정이 불안해졌고 잦은 해체와 창단이 이어지면서 리그 운영이 불안정해졌다. 이에 미국 프로야구 내셔널리그에서는 한 번 계약한 선수는 영구히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없도록 했다. 선수들의 반발이 거셌고, 그들의 입장이 조금씩 받아들여 지면서 지금의 웨이버 공시 제도가 생긴 것이다. 현재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는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프로축구인 K리그와 일본의 J리그는 웨이버 공시가 없다.
승리를 향한 구단들의 선택이 이해는 가지만, 하루 아침에 사실상 방출 통보를 받는 선수들의 마음은 참 힘들 것 같다. 잔인한 프로의 세계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