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성매매 집결지를 예술 마을로 바꾼 비결은 협업 [창작공간 넘어 플랫폼으로]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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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일본 요코하마 ‘코가네초 아티스트 레지던시’

불법 성매매 악명 높던 코가네초
2008년 첫 '바자' 열고 변화 모색
주민·전문가 모여 비영리법인 운영
예술가 60팀 스튜디오 100곳 입주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연계 행사 등
국내외 기관과 협업해 통합 마케팅

싱가포르 출신의 비주얼 아티스트 스피크 크립틱이 그린 벽화.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싱가포르 출신의 비주얼 아티스트 스피크 크립틱이 그린 벽화.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싱가포르 작가 스피크 크립틱의 벽화 작품.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싱가포르 작가 스피크 크립틱의 벽화 작품.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일본 비영리단체(NPO)법인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KAMC)가 운영하는 ‘코가네초 아티스트 레지던시’(Koganecho Artist in Residence)는 일본 국내외의 아티스트나 공예가, 디자이너,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소규모의 빈 점포나 케이큐선 고가(高架) 아래 문화예술 스튜디오를 활용해 다수의 예술가가 동시에 레지던스를 행하는 것이 가능해 예술가끼리나 지역을 통한 자극적인 환경에서 제작에 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간의 특성과 운영 방식은 부산 중구의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와 유사하지만, 적극적인 활용이 아쉬운 수영구 망미동의 컨테이너형 복합생활문화공간 ‘비콘그라운드’나 도시재생 사업이 지지부진한 서구 충무동과 초장동 일대의 옛 ‘완월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당장은 또따또가나 홍티아트센터 등에서 참고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 알아봤다.

일본 요코하마시 코가네초 거리에 조성된 레지던시 작가 스튜디오 모습.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일본 요코하마시 코가네초 거리에 조성된 레지던시 작가 스튜디오 모습.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7월 31일 오후 2시 사이트-D 커뮤니티 스페이스에서 열린 2025 ‘코가네초 바자(bazaar)’ 전람회 준비 회의. 이날은 25명의 작가가 참석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지난 7월 31일 오후 2시 사이트-D 커뮤니티 스페이스에서 열린 2025 ‘코가네초 바자(bazaar)’ 전람회 준비 회의. 이날은 25명의 작가가 참석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찾는 이 많아지며 견학 프로그램 운영

한때 마약과 밀수, 불법 성매매 등으로 악명 높던 요코하마시 코가네초는 20여 년에 걸쳐 작가들의 작업실과 거주지, 갤러리, 서점 등이 들어선 문화예술의 거리로 거듭나면서 일본을 넘어 한국서도 주목하게 됐다. 특히 부산과 전주 등에선 폐쇄한 성매매 집결지를 문화의 거리로 바꾸기 위해 개발 모델로 삼기도 했던 곳이다.

2009년 KAMC가 결성된 이후, 코가네초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엔 아예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도 나섰다. 지난달 취재 차 KAMC를 찾았을 때 독일에서 유학한 작가 출신 한국인 매니저 한태호 씨가 반갑게 맞았다. “한국에서는 주로 지자체 공무원이나 시의원, 지역 재생센터 관계자들이 많이 찾습니다. 대만과 중국, 호주 등에서도 찾아오고요, 포커스는 역시 예술과 함께하는 지역(마을) 만들기입니다.”

기자는 무엇보다 예술창작공간의 운영과 변화상이 궁금했지만, 예술을 매개로 마을 만들기에 나선 과정부터 경청했다. 사실, 문화의 거리라는 게, 문화예술 공간 몇 개를 집어넣는다고 단박에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수영고가교 하부 공간을 재생하겠다고 출범한 비콘그라운드만 해도 활성화가 늘 숙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시 코가네초 거리에 조성된 '코가네초 아트북 바자'. 작가들 아트 상품이나 예술 관련 중고서적을 판매한다.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일본 요코하마시 코가네초 거리에 조성된 '코가네초 아트북 바자'. 작가들 아트 상품이나 예술 관련 중고서적을 판매한다.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작가들 아트 상품이나 예술 관련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코가네초 아트북 바자' 실내 전경.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작가들 아트 상품이나 예술 관련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코가네초 아트북 바자' 실내 전경.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작가들 아트 상품이나 예술 관련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코가네초 아트북 바자' 모습.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작가들 아트 상품이나 예술 관련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코가네초 아트북 바자' 모습.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미술 행사로 지역 바꾸자”며 페스티벌

코가네초의 예술을 통한 마을 만들기 역사는 고베 대지진(1995) 이후 1998년 철도 내진 보강 작업을 위해 고가 아래를 정비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과정에 퇴출한 성매매 업소는 고가 주변 일대를 따라 다시 들어서는데 2004년엔 270여 곳에 달했다. 급기야 일반 점포나 주민이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등 정주 환경은 더 악화했으며, 2005년엔 요코하마가 속한 가나가와현 경찰본부가 ‘바이바이 작전’이란 이름으로 불법 업소 일제 단속에 나서면서 속속 빈 점포가 생겨나 활용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 이때 미술 행사로 지역을 바꿔 보자는 의견이 대두됐고, 2008년 ‘코가네초 바자(bazaar)’를 처음 열게 된다.

“당시 요코하마는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01년 시작)를 운영 중이었고, 요코하마시는 도시 정체성으로 ‘크리에이티브 시티’(창조도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집중적으로 밀던 시기였어요. 후쿠오카 출신의 일본 공공미술 1세대인 야마노 신고 현 KAMC 대표이자 디렉터를 예술감독으로 초빙했어요. 한 달 정도 개최한 코가네초 바자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요.”

코가네초 바자 성공에 힘입어 2009년 지역 주민과 문화계 전문가들이 중심이 돼 만든 것이 KAMC이다. 이 중 불법 성매매 업소를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은 크게 두 갈래로 이뤄졌다. 성매매가 주로 이뤄졌던 고가(高架) 아래 부지는 케이큐 전철회사 소유였는데, 케이큐는 그곳에 문화시설을 만들어 요코하마시에 임대했다. 운영은 KAMC가 맡았다. 또 다른 개인 소유 건물은 요코하마시가 건물주한테 임차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확보해 KAMC가 요코하마시의 보조금을 받아 예술 공방, 서점, 갤러리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하츠네 테라스A 지구에 입주한 이노우에 사치코 작가 작업실 모습.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하츠네 테라스A 지구에 입주한 이노우에 사치코 작가 작업실 모습.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일본 요코하마시 코가네초 거리에 조성된 레지던시 작가 스튜디오 모습. 따닥따닥 붙은 2층짜리 건물의 1층은 작업실, 2층은 거주 공간인 경우가 많다.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일본 요코하마시 코가네초 거리에 조성된 레지던시 작가 스튜디오 모습. 따닥따닥 붙은 2층짜리 건물의 1층은 작업실, 2층은 거주 공간인 경우가 많다.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일본 요코하마시 코가네초 거리에 조성된 레지던시 작가 스튜디오 모습.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일본 요코하마시 코가네초 거리에 조성된 레지던시 작가 스튜디오 모습.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스튜디오 100여 개, 입주 예술가 60팀

KAMC가 현재 관리하는 스튜디오는 100여 개로, 입주 예술가는 60팀에 이른다. 레지던시는 국내외 작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이 중 국내(일본) 예술가가 약 40%, 해외 예술가가 60%를 차지한다. 해외 예술가는 중국・대만・한국・필리핀・프랑스・독일・벨기에・캐나다・브라질 등이다. 해외 예술가는 단기 프로그램(3개월)에 참여할 수 있다. 스튜디오 사용은 무료가 아니라 월세를 낸다. 단, 시 임차료의 30~40% 수준에서 받는다. 이 비용은 센터 사업비로 활용한다.

물론 ‘코가네초 바자’ 초빙 작가나 국제 교류 작가의 경우는 무료이다. 스튜디오 사용은 물론이고, 항공료와 보험료, 재료비, 체재비까지 지급하기도 한다. 이 재원은 요코하마시가 아니라, 문화청 국제교류 레지던시 사업 공모를 따내 민간 보조금(300만 엔)으로 충당한다. 1년에 두 번(3월과 10월) ‘오픈 콜’(공모)을 진행한다. 작가들이 보내온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1차 서류 전형을 실시하고, 2차는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뒤 선발한다. 2025 코가네초 바자(아트 페스티벌)는 개최 시기가 올해는 9월 10일~10월 15일이지만, 3년에 한 번씩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행사를 진행할 때는 무조건 같은 시기와 기간을 맞춘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기간엔 1개월이 아닌 3개월가량 진행합니다. 트리엔날레의 메인 이벤트는 시립미술관 쪽에서 열리지만, 부수적 이벤트로요. 티켓도 함께 묶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부산도 비엔날레나 바다미술제 기간에 맞춰서 홍티아트센터와 또따또가 등이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와 부산문화재단이 행사를 연계한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운영 기관이 달라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한 매니저는 매우 조심스럽게 “부산은 제가 봤을 때 콘텐츠는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하나로 엮여서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통합 마케팅은 정말 중요해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프라가 아무리 훌륭해도 협업이 안 되면 파편적인 사업으로 끝나고 맙니다. 문화를 통한 관광 인프라를 만든다거나 도시재생을 만든다는 것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리엔날레 공동 마케팅의 경우도, KAMC 예술감독뿐 아니라 실무자도 회의에 참가하고 있으며, 처음엔 요코하마시의 공무원들이 판을 만들어 주었다는 말도 잊지 않고 들려준다.

코가네초 예술센터 공동 작업장에서 만난 레지던시 작가들.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코가네초 예술센터 공동 작업장에서 만난 레지던시 작가들.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코가네초 예술센터 중 하나인 갤러리. 대만 작가가 전시회를 열고 있다.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코가네초 예술센터 중 하나인 갤러리. 대만 작가가 전시회를 열고 있다.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코가네초 예술센터 갤러리. 대만 작가가 전시회를 열고 있다.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코가네초 예술센터 갤러리. 대만 작가가 전시회를 열고 있다.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

협업 등 커뮤니티 발달한 코가네초 레지던시

코가네초 레지던시는 국제 교류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올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산하 대구예술발전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3개월짜리 교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한국 광주(스페이스 퐁)와 부산문화재단, 중국 청두의 A4 레지던시 아트센터 등 3곳, 대만 지룽(기륭)시와 신죽철도예술촌(대만 신주), 베트남 산아트, 인도네시아 인덱스, 필리핀 98B 컬래버터리, 브리질 대사관 등과도 교류 중이다.

“한국만 해도 3개 기관과 교류합니다. 그런데 예산이 부족하므로 예를 들면 올해는 2곳만 하고, 1곳은 한 해를 건너뛰기도 합니다. 로테이션을 하게 되면 저희 입장에는 솔직히 번거롭긴 합니다. 그래도 작가들에겐 선택지를 넓혀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어차피 한정된 예산이지만 지역을 확장해 놓으면 새로운 작가를 만날 기회가 많아지니까요.”

일본 상황이 안 될 때는 제3국 작가를 소개하기도 한다. “코가네초 레지던시의 장점은 커뮤니티가 잘 돼 있는 것입니다. 현재 60팀이 있다는 건, 이 자체가 하나의 동네가 되는 셈이니까요. 여기는 다른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전시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협업 구조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작가들이 코가네초를 좋아하는 이유일 겁니다.”

물론 부산의 경우엔, 지역 할당제를 둘 수도 있다. 부산 작가의 경우라도 1년씩 연장해서 최장 몇 년까지 사용 가능하도록 제한 사항을 걸어두고, 다른 공간은 단기 입주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지 트랙을 다양하게 나누는 방법도 있다.

'마을'이라는 일상의 공간을 무대로 진행하는 국제 아트 페스티벌인 '코가네초 바자'에 전시된 중국 작가 푸윤의 작품.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마을'이라는 일상의 공간을 무대로 진행하는 국제 아트 페스티벌인 '코가네초 바자'에 전시된 중국 작가 푸윤의 작품.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스웨덴 작가 마이클 요한슨의 작품.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스웨덴 작가 마이클 요한슨의 작품.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노키사키 아트페어 개최 모습.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노키사키 아트페어 개최 모습.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 제공

예술 활동 외에 지역 활동 지원도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엔 KAMC가 있다. 운영 기관의 역할이 크다. KAMC는 핵심 사업으로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단기 3개월, 장기 1년 이상, 최장 5년 연장 가능·예술 활동) △코가네초 바자(매년 1회·예술 활동) △코가네초 아트 스쿨(아동이 아닌 지역민 대상 상시 운영·예술 활동) △작가들 아트 상품이나 예술 관련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코가네초 아트북 바자’(상시 운영·예술 활동) △코가네초에서 작업하는 작가의 작품이나 코가네초와 연계된 작가 작품을 판매하는 상업 갤러리 ‘메이드 인 코가네초’(상시 운영·예술 활동) △전시회 기획·예술 관련 이벤트 개최(매년 약 30회·예술 활동) △국제 교류 프로그램·아티스트 파견(상시 운영·예술 활동) △노키사키 아트페어(일종의 프리마켓으로 분기별 1회·지역 활동) △하츠네초, 코가네초, 히노데초 환경정화추진협의회 방범 활동(지역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KAMC의 연간 예산은 요코하마시 2개 국(활기찬 스포츠 문화국과 도시정비국)에서 지원받으며, 건물주에게 직접 지불하는 금액을 제외하고 5억여 원이다. 여기엔 사무국 직원(정규직) 6명과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갤러리와 서점 운영자 등 총 8명에 대한 인건비를 포함해 사무국 운영비로 약 4000만 엔(한화 약 4억 원)이 들어간다.

요코하마(일본)=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부산일보사·부산문화재단 공동기획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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