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고(故) 고현철 교수의 10주기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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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7일, 나의 선생님은 대학본관 4층에서 총장 직선제 수호를 외치며 투신하여 사망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진정한 민주주의와 대학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유언을 남기셨다. 자율과 민주주의는 이번에도 역시 너무나 큰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지켜졌다. 나의 선생님은 전국의 대학인들과 국민들에게 ‘무뎌져서는 안 될 정신’을 일깨워 대학 민주화의 표상이 되셨다.

그 후 열 번의 해가 지나갔고, 열 번의 추도식이 있었다. 인문관 앞에는 추모 조형물이 세워졌고, 중앙도서관에는 선생님의 문고가 개소했다. 아홉 번째 추도식이 있던 해에는 사단법인 기념사업회가 발족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기억 속에만 있지 않으셨다. 작년에는 학교 축제인 대동제에서 드론쇼를 통해 생전 모습을 보여주셨고, AI를 통해 구현된 목소리도 들려주셨다. 인문대학 중심에 위치한 206호 강의실은 선생님을 기리는 기념강의실이 되었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지금도 선생님께 가르침을 얻는 중이다.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진다. 망각이란, 우주가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이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며 살아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진정한 축복은, 소중한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인간의 참된 의지이다.

10년이 지나도, 더 긴 시간이 지나도 선생님을 기억하고자 한다. 나의 선생님은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고(故) 고현철 교수이다. 지난 8월 17일은 고현철 교수의 10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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