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수도에 찾아온 기분좋은 ‘변화의 바람’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그룹 스콜피온즈의 노래 ‘윈드 오브 체인지’(Wind of Change’)에도 담겼듯이 바람은 때로 변화를 예고한다. 오래된 질서를 흔들고 낯선 길로 인도하며 멈춰있던 흐름에 방향성을 불어넣기도 한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냉전 종식을 예견하며 발표되었던, 이 곡은 지금 우리 지역이 맞이한 전환점을 상징하는 노래로 다시 들린다. 이곳 부산에도 최근 들어 부쩍 기분 좋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부산은 오랜 시간 대한민국 산업화의 핵심축이자 동북아 해양경제의 거점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지역경제가 침체되면서 ‘지방소멸’이라는 단어조차 공공연히 회자될 만큼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최근 이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민하게 추진 중인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프로젝트, 그리고 HMM 의 본사 부산 이전 계획은 단순한 기관 재배치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다. 이것은 그동안 서울 및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벗어나 해양산업의 중심은 바다 곁에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의 회복이자, 정책과 실행 그리고 산업과 인프라가 한자리에 모이는 새로운 균형과 질서의 시작이다.
해수부 이전은 정책과 집행의 현장 일치를 통한 시너지 제고를 의미하며, HMM을 비롯한 민간기업의 이전 로드맵은 글로벌 해양물류 중심지로서 부산의 위상을 민간 영역에서도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런 변화는 산업과 행정, 공공과 민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역균형발전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며,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서 대한민국 신성장의 놀라운 동력이 될 것이다.
변화는 단지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산업과 인재, 그리고 금융과 인프라가 함께 재배치되고 융합되는 화학적 결합이어야 한다. 해양 관련 민간기업이 부산에 터를 잡고 지역 학계와 유관기관이 협력을 통해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며 해수부가 관련 정책을 기획하고 금융이 이러한 연결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상상해 보라. 인재 유입은 덤이며 지역 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지방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해소됨과 동시에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수도’가 아닌, 세계가 놀라는 ‘글로벌 해양수도’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해빙이 가속화되고 쇄빙선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항로’(Arctic Sea Route) 개척이 정부 핵심 어젠다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5일 부산에서 개최된 타운홀 미팅에서도 대통령과 해수부 장관은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의지를 재차 표명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에 있어 경제·물류·산업 지형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중대한 기회다. 이는 부산을 단순 거점에서 북극항로의 전략적 기착지로 격상시키고 울산·경남은 조선해양 산업의 허브로 성장시키는 등 부울경을 글로벌 북방경제 시대의 핵심축으로 이끌 것이다.
BNK금융그룹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연결하는 구심적 역할을 하려 한다. 최근 부울경 해양수도 완성을 위한 금융 로드맵을 마련하고 해양·조선·물류 등 지역 주력산업 협업을 위해 지주사와 은행 계열사 조직도 선제적으로 개편했다. 선박뿐 아니라 해양 인프라, 항만물류 등으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 정책과제인 북극항로 개척과 관련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BNK의 역할을 찾겠다는 포석이다.
이 설레는 변화가 그저 지나가는 흐름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여는 서곡으로 승화되기를 바란다. 명곡의 노랫말처럼 우리 곁에 찾아온 기분 좋은 ‘변화의 바람’이 다음 세대와 부울경 그리고 대한민국을 영광스러운 내일로 데려다 주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필자와 BNK도 그동안 묵묵히 준비해 온 모든 역량을 한데 모아 해양도시에 온 절호의 기회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