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지위 격하’ 국회 상임위 통과… 업계는 반발, 현장은 환영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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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23일 법 개정안 국회 통과 방침
교과서 발행사 “지위 변경 중단” 촉구
‘도입률 2위’ 부산도 접속률 5% 그쳐
교사노조 “수업 다양성 해치지 말아야”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비상교육, 지학사, YBM, 천재교육 등 14개 교과서 발행사와 7개 에듀테크 기업이 ‘AI 디지털교과서의 위헌적 입법 철회를 위한 발행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비상교육, 지학사, YBM, 천재교육 등 14개 교과서 발행사와 7개 에듀테크 기업이 ‘AI 디지털교과서의 위헌적 입법 철회를 위한 발행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자, 수년간 대규모 예산을 들여 개발에 나섰던 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도입률이 전국 2위인 부산에서도 일 평균 접속률은 5%에 그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폐지를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돼 입장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바꾸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안건이 표결을 거쳐 통과됐다.

이에 비상교육, 지학사, YBM, 천재교육 등 14개 교과서 발행사와 7개 에듀테크 기업은 지난 1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변경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믿고 개발에 나섰지만 정책 신뢰가 무너졌다. 앞으로 어떤 민간 기업이 정부 정책에 호응해 컨소시엄을 꾸리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체들은 지금까지 AI 교과서 개발을 위해 인프라 포함, 총 2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AI 교과서는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 전환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온 과제다. 지난해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정보 과목에서 시범 운영을 거쳤고, 올해는 전면 도입이 예고돼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AI 교과서는 교육자료로 격하돼 국가의 무상 보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각급 학교가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도입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업계의 반발이 거센 반면, 교육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국회 교육위 백승아 의원이 지난 4월 공개한 시도교육청별 AI 교과서 플랫폼 접속 통계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가입한 초·중·고등학생 2만 1447명 중 일 평균 접속자 수가 1074명으로 접속률이 5% 수준에 그쳤다. AI 교과서를 도입한 학교 비율이 36.5%로 대구(98.1%)에 이어 전국 2위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활용은 매우 저조한 셈이다.

부산교사노조도 개정안 통과 직후인 지난 10일 환영 입장을 밝혔다. 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은 “디지털 자료의 가장 큰 장점은 수정과 재생산의 유연성인데, 교과서로 지정되면 이러한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며 “현재도 교사들은 다양한 자료를 학생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으며, AI 교과서는 교육자료로 분류돼야 수업의 다양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산시교육청 역시 AI 교과서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김석준 부산교육감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메시지를 통해 프롬프트 교육, 생성형 AI 보급, 진로·진학 시스템 구축 등 AI 기반 공교육 전략을 발표했지만, AI 교과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김 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도 해당 교과서의 전면 도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온 만큼, 향후에도 도입 확대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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