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 칼럼] 해수부 부산 이전 의의와 필요조건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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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이 대통령, 연내 부산에 옮길 것 지시
해양수도 선언 25주년 맞아 의미 커
시민과 해양·수산 종사자 숙원 결실
부처 위상 강화·기능 확대 병행해야
부산 경제 발전과 도약의 기회 제공
진취적 해양정신으로 이전 성공을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래서인지 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해수부 부산 이전을 신속히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같은 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선 연내에 부산 이전이 이뤄지도록 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느슨한 추진이나 무산을 우려한 속도전 주문을 통해 대통령의 확고한 해수부 이전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국정기획위원회도 지난달 29일 해수부 부산 이전을 ‘국민체감 신속 추진과제’로 선정해 대통령 요구에 발을 맞췄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시 실행해 국민이 변화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서 고무적이다. 더욱이 해수부 장관 후보로 교수 등 민간이나 관료 출신이 아닌 3선 중진이자 부산과 해양업계 사정을 잘 아는 전재수(부산 북구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명돼 이전 추진에 정치적 힘이 실리고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18명 중 민주당이 1명뿐인 만큼 여권이 부산 핵심 공약을 제대로 이행해 지역 민심을 얻으려는 건 당연할 테다.

필자는 2022년 3월 23일 자 이 난의 칼럼에서 “해수부, 해양도시 부산에 있으면 안 되나”라고 피력한 바 있다. 따라서 오는 12월까지 완료될 해수부 부산 이전에 누구보다 감회가 새롭다. 눈앞에 다가온 해수부의 부산시대가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되고 우리나라를 해양 초강국으로 이끌 것으로 마냥 기대되기 때문이다.

‘해양·수산 1번지’ 부산이 중심이 된 해양 강대국 실현은 부산시민과 해양·수산 종사자 다수의 숙원이기도 하다. 2000년 부산은 도시가 나아갈 방향으로 ‘해양수도’를 선언한 뒤 명실상부한 해양 중심도시가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폐지된 해수부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부활하는 데 크게 기여한 부산이 이때부터 수시로 해수부를 부산에 둘 것을 촉구해 온 것도 이 같은 목적에서다. 해양수도 선포 25주년을 맞아 해양·수산과 해양과학기술 분야 기관단체가 집적화하고 관련 업체가 밀집한 부산으로 해수부를 옮기는 의미는 자못 크다. 내년은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허브항만인 부산항이 개항한 지 150주년이 돼 해수부 부산 설치의 의의를 더한다.

실효적이고 성공적인 해수부 부산 이전을 위해선 해수부의 위상 강화와 실질적인 기능 확대를 함께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부산 이전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요구되는 전제조건이다. 해수부가 정부부처 서열이 최하위권이라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며 인력과 예산도 적은 미니 부처인 현 상태로 이전한다면 글로벌 해양강국이 되기 위한 미래지향적이고 통합된 해양정책 구현이 힘든 까닭이다. 이 경우 언젠가 해수부는 이전 효과가 미미하단 지적에 직면하거나 존폐 기로에 설지 모른다.

이 대통령이 선거 험지의 민심 챙기기를 넘어 진정 부산경제 발전과 해양산업 육성, 해양부국 성장에 뜻이 있다면 해수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해 힘 있는 부산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와 직결된 조선 및 해양플랜트(산업통상자원부 소관), 해운업이 주류인 국제물류(국토교통부), 또 다른 대통령 핵심 공약인 북극항로 선점과 관련된 해양기후(환경부 기상청) 등의 기능을 시급히 해수부로 이관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일이다. 이 밖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양관광·레저를 비롯, 각 부처에 흩어져 갈수록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는 모든 해양 업무를 통할하고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조직인 국가해양위원회(가칭)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에 신설한다면 금상첨화겠다.

이 대통령은 국내 1위, 세계 8위 선사인 HMM의 부산 이전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산의 해양수도화가 진전되도록 차질 없이 추진할 사안이다. 서울에 본사를 둔 해운회사들의 부산 이전을 활성화하는 것도 해수부 이전 효과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기간산업인 해운업계에 세금을 감면하는 특혜인 톤세 제도를 지방 이전 기업에 한해 적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현재 세계 1~6위, 9위 선사는 본사를 비수도권 도시나 항만도시에 두고 있다.

온갖 희망고문 프로젝트에 실망하며 침체의 길을 걸은 부산은 이제 해수부 이전을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마땅하다. 여기에 여야나 진보·보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해수부 직원들이 부산에 정을 붙이고 열심히 일하며 생활에 만족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도 다른 부처와 협업의 어려움, 수도권 출장 증가, 민원인 불편 등 해수부 내부에서 제기된 걱정거리를 조기에 해소해 해수부 직원의 부산 근무 의욕을 고취해야 한다. 해수부와 부산의 모험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거친 바다를 상대로 한 진취적인 기상, 즉 해양정신이 절실한 때다.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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