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 따라 ‘PK 정치 지형’ 변화 또는 강화
1년 뒤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한신협 조사 응답자 89.1%
“대선 결과 내년 지선에 영향”
문 정부 출범 후 PK 민주 압승
이재명 승리 땐 지선 총력 예상
김문수 이기면 보수세 확대 전망
내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3 대선 레이스가 막을 내리는 3일 기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인 만큼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 까닭에,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의 시선은 곧장 다음 선거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2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3년 전인 2022년 지방선거 결과 부울경 광역단체장을 보수 정당이 싹쓸이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우세했는데 부산의 경우 16개 지역 모두를 가져갔다. 경남에선 당시 무소속이었으나 현재 복당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18개 지역 중 16개를, 울산은 5개 지역 중 4개를 국민의힘이 가져갔다.
결국 이러한 보수 우위의 정치 지형이 내년까지 이어지느냐가 지역 정치권의 관심사다. 우선 새로운 정권 탄생 1년 만에 치러지는 만큼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모델이 재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여 만에 실시된 지선 결과, PK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부울경 주민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미치는 이번 대선의 영향력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산일보〉 등 전국 9개 권역의 메이저 지역 언론이 소속된 한국지방신문협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주)에이스리서치가 지난달 24~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PK 응답자 중 89.1%가 6·3 대선 결과가 내년 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국 86.9%보다도 높은 수치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지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일단 3년 전과 달리 어느 정도 격차를 벌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승리한다면 이 후보의 정치 기반이 약한 곳이 부울경인 만큼, 8년 전 당시 영광을 다시 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선 기간 이 후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양수산부와 HMM 부산 이전, 동남투자은행 설립 등 부산과 관련한 공약을 직접 밝히는 등 애착을 보여왔다.
반대로 약세 구도에서 반전에 성공하며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이변을 일으키게 된다면, PK의 보수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광역·기초단체장 선거는 물론이고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바람이 더욱 강하게 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두 사람 모두 부울경에 연고가 없어, 누가 되더라도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지방선거 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실시된 제2회 지방선거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부울경에서 단 1석의 지방자치단체장도 차지하지 못하고 전패했다.
결국 인수위원회 없이 즉각 출범하는 새 정부가 국정 청사진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 그리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내각을 꾸리느냐에 따라 민심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내년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는 통신 3사 제공 가상번호 무선 자동응답 방식 100%, 응답률 9.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다. 자세한 내용 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