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거대 여당 '원팀', 집권 첫날 '입법 드라이브' 시동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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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움직임 본격화하나

4일 '대법관 증원법' 국회 법사위 처리
인원 확대 논리 명분 속 견제성 논란
5일에는 김 여사·채 해병 특검법 강행
법원 재판에 '헌법 소원' 도입도 추진

이재명(왼쪽)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왼쪽)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첫날부터 ‘대법관 증원’이 핵심인 법원조직법 개정안 심사가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진행됐다. 대법원이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에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이후 추진한 법안을 새 정권 출범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조속히 처리하려는 모양새다. 대법관 증원을 시작으로 헌법재판소에 힘을 싣는 ‘재판 소원’ 도입을 포함한 사법개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4일 법안심사 1소위에서 대법관을 30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소위에선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자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 개정안과 100명으로 증원하자는 민주당 장경태 의원 개정안을 병합해 심사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의결을 마치고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원에 집중된 과도한 업무를 분산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다. 대법관이 14명에 불과해 신속히 재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을 해소하고, 다양한 배경을 지닌 대법관을 30명까지 늘릴 수 있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도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에 사법개혁을 언급하며 ‘대법관 증원’ 등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여파로 추진되면서 사실상 대법원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대법관 전원이 참여해 주요한 사건을 다루는 전원합의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법관 30명이 모여 적합하게 합의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이 대통령 임기 중 임명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을 처리할 5일 본회의에서 이른바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도 함께 처리할 방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새 정권에서 조속히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검사징계법은 검찰총장 외에도 법무부 장관이 직접 검사 징계를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관 증원을 실현하면 법원 재판에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하거나 적용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게 핵심이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 재판에 관여하면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4심제’로 바뀌면서 대법원 기능이 약화될 것인란 우려와 헌법기관 사이에 상호 견제뿐 아니라 국민 기본권을 강화할 것이란 기대가 공존한다.

수사권은 경찰, 기소권은 검찰로 확실히 분산하는 검찰개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검찰에 남았고, 윤석열 정부에선 일명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 준칙 개정으로 일부 수사권이 복원된 상태다.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추진하면 검찰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 같은 수사기관을 신설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다른 수사기관 역할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관련자를 심문할 수 있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도 제한 조건을 부여해 불구속 상태를 유지하는 ‘조건부 석방제’ 등 검찰 권한을 견제하는 제도도 임기 중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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