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칼럼] 진정한 청년 정치
주영은 공모 칼럼니스트
시간은 흐르고 상황은 변한다.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조기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을 줄 몰랐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뜻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치의 본질을 설명하는 말이다. 결국 정치권력도 영원하지 않다. 국민의 뜻이 모일 때, 그 어떤 권력도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시대와 국민의 변화를 반영해야 하는 정치에, 여전히 갈등을 부추기는 후보가 있다. 바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다.
이준석 후보는 청년 정치를 내세우며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언어와 태도가 청년들의 고민과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분열을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준석은 오래전부터 여성할당제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때부터 이준석은 20대 남성들을 겨냥한다는 이미지를 굳혀왔다. 실제로 이준석 후보는 많은 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았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20대 남성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준석이 정말 20대 남성들을 위한 정치를 펼치고 있는가는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그는 정책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공약을 발표하기보다는 ‘이대남’의 불만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취해왔다고 생각한다. 지지율은 점점 높아지는데 구체적인 미래는 없는 정치, 그것이 이준석의 현주소다.
이준석 후보 공약집 '청년' 많이 언급
청년 창업 지원·공공 주택 확대 공약
재원 현실성 부족·실질적 혜택 의문
미래가 있고 모두를 위한 정치는
세대·성별 초월하는 통합적 정치
정치 성향 떠나 혐오·갈등 해소를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준석 후보는 공약집에 ‘청년’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가령 청년들을 위해 공정한 경쟁 사회를 구축하겠다거나, 청년 창업 지원 등 청년을 위한 경제 정책을 확대하겠다거나, 청년 공공 주택을 확대하겠다는 등의 공약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및 성비 공정 역시 이준석 후보의 대표적 공약 중 하나다. 게다가 청년 창업가를 지원하고 청년 정치인을 많이 발굴하겠다는 정책까지. 이준석의 공약집은 온통 ‘청년’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부족하다.
공정한 경쟁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이준석 후보의 대표 공약은 다소 추상적이고 현실성이 부족하다. 이준석은 공정성을 주장하며 주로 남성 차별 문제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법적·제도적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과연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해서 남성 인권이 실제로 신장될 수 있을까? 이준석의 정책에는 두 성별 간의 갈등을 부추기기만 할 뿐, ‘인권’이라는 파이 자체를 늘리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또 청년 창업 지원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채 청년 창업을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이준석 후보는 유튜브 채널 ‘공부왕 찐천재’에 출연해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의 고민 상담을 진행했는데, 시의원으로 출마해 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생뚱맞은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것이 이준석의 ‘청년 정치인 발굴’ 공약의 일환이라면 매우 곤란하다. 또한 이준석은 청년 주택 문제를 해결한다고 주장했지만, 주택 가격 상승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 토지 공급 확대나 주택 시장의 실질적 규제 강화와 같은 대책은 부족하다. 청년들에게 제공되는 주택 혜택이나 대출 지원 등이 실제로 청년들이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혜택이 될 수 있을지 또한 의문이다. 특히 저소득층 청년들이나 중소도시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결론적으로 이준석의 공약들은 청년들의 모든 문제를 나열한 목록에 불과하며 그 어떤 속 시원한 해결책을 주지 못한다.
이런 미비한 공약을 앞세운 그가 오로지 이대남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고 ‘청년 정치’ 꼬리표를 달고 있다고 생각하면, 여성과 남성을 떠나 대한민국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 대선 토론 당시 온 국민을 경악케 했던 이준석 후보의 여성 혐오적 발언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준석은 지속적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아왔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희망하는 마음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국민들의 마음을 오히려 낙담케 하는 정치인의 출현이 매우 안타깝다.
이준석 후보에게 앞으로의 정치 인생에서는 ‘청년 정치’의 꼬리표를 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 이준석 후보가 내세운 혐오와 갈등의 프레임은 청년들이 원하는 미래지향적 변화와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분노만 집약하는 정치는 한계가 뚜렷하다. 진정한 청년 정치는 이준석이 보여준 방식이 아니라, 혐오와 갈등을 해소하고 세대와 성별을 초월하는 통합적 정치다. 성별이나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대부분의 청년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이준석 후보만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미래가 있는 정치, 그리고 모두를 위한 정치. 그것이 진정한 청년 정치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