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복지를 넘어 아동기본권으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수경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울경권역총괄본부장


제3의 물결, 정보혁명 이후 세계의 변화 속도가 가파르다. 세계인의 교류, 디지털 세상의 교류, 기후 위기가 미치는 영향 등 전 지구적 시민 체감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100여 년 전 5월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한 각양의 가정 또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선언을 기억한다. 그것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가적 약속 이행을 위해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에 대한민국이 비준한 지 36년째 되는 해를 맞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2025년에 이른 지금, 아동빈곤과 아동학대, 온라인 성범죄 등 아동의 안전과 행복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동에 대한 대표적인 법은 ‘아동복지법’이다. 그러나 아동을 보호와 복지가 필요한 시혜적 대상으로만 보아서는 아동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아동을 어른과 같이 독립된 인격을 갖춘 주체로 보고 아동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아동기본법 제정을 통해 보다 포괄적이고 근원적 문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소멸 위기를 둘러싼 저출생 문제는 ‘내가 아이를 낳아 안전하고 행복하게 잘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이 질문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교육과 필수 의료의 회복, 경험과 기회의 격차를 메우기 위한 복지, 보건, 교육 영역의 정책이 연결되어 작동해야 한다. 또한 최근 대두되고 있는 디지털 환경과 이주배경아동들에 대한 새로운 대응들도 필요하다.

먼저, 디지털네이티브세대로 태어난 아동세대는 디지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아직 디지털 역량 교육이 부족하거나 디지털 안전망이 헐거워 원치 않는 정보 위험과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호주나 영국, 미국은 이미 온라인 안전법, 아동 온라인 안전법을 제정하여 부모나 보호자, 기업, 정부에 책무를 부여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규정하는 입법이 부재하다.

다음으로 대한민국은 고용보험 신규가입자 3명 중 1명이 외국인, 전체 국민 대비 이주민이 5%가 넘는 다문화국가에 진입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이주해 오는 것은 그의 삶과 가족, 자녀가 함께 온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주배경 아동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돕는 정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어 학급,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의 교육과 지원이 있으나 그 이용과 체감률은 한참 못 미치고 정부 부처는 분절돼 있는 탓에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는 아동이다. 아동은 진화하는 힘과 권리를 가진 존재로 성장하면서 어른과 사회, 정부의 영향을 스폰지처럼 흡수한다. 아이들은 지금도 이야기하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잠시 눈을 감고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 나의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일, 진심으로 간절했던 일을 누군가 들어주기를 바라지는 않았었는지…. 그 누군가가 나로부터 시작돼 가족, 사회, 국가가 응답한다면 아동도 어른도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