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형준 시장의 ‘고래와 참치론’
박금열 자유기고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부산의 오랜 숙원사업인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하는 발표와 함께 한국 최대의 선사인 HMM 본사 부산 이전과 부산 이전이냐 아니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산업은행 대신 동남투자은행을 부산에 설립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여기에 박형준 부산시장은 ‘고래와 참치는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17세기경 보험시장의 상징인 로이즈(Lloyd.s)의 시작이 런던항이었듯이 글로벌 금융도시는 대형 항만과의 공존 발전이 필연적이다.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가 그 좋은 예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은 금융도시로서의 최적의 입지와 천혜의 환경을 두루 갖춘 도시다. 세계 2위의 환적물 화물항과 세계 6위의 직항 화물항을 보유한 글로벌 항만 물류의 핵심도시이다.
더불어 인근 지역에는 타 금융도시들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및 산업 클러스터들이 이미 구축되어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부산은 러시아, 중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동북아의 관문이자 환태평양의 경제권과 북항개발, 대륙철도 연결이 본격화될 경우 그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처럼 최상의 조건을 두루 갖춘 여건 속에서도 그동안 글로벌 허브 금융도시로서의 위상을 실현하지 못했다면 이는 관련 책임자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의 부재의 결과로 밖에 볼 수 없지 않을까?
노무현 정부 때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1조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문현동에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를 설립했다. 부산을 동북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당시 지방으로 이전한 153개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글로벌, 즉 국제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을 보면 이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도시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에 버금가는 금융도시로 육성시키겠다는 포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을 직시해 볼 때 과연 그 비전이 실현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금융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제로 외국계 금융회사와 국제금융기관이 얼마나 입주해 있는지,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부산국제금융센터도 국내 금융 비즈니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관치 금융공간으로 채워져 중앙의 금융기관을 보조하는 브릿지 역할로 전략한 것은 아닌지….
산업은행 유치는 단기적으로는 정부 정책 금융기관으로 외형적 상징적 의미는 클 수 있으나 장기적 확장성에 있어서는 극히 제한적일 수가 있다. 불확실한 제로섬 게임에 갇혀 에너지를 소진할 수 밖에 없는 산업은행 유치보다 동남투자은행 설립이 장기적 전략적 측면에서는 활용만 잘한다면 더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부가 지원하는 3조의 투자금과 민·외자 유치의 유연성과 함께 자본 외형을 확대시키고 부산국제금융센터와 연계한 새로운 AI 생태계의 미래형 금융플랫폼 시스템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 부산은 새로이 도약하는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유럽은 이미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전면 재구조화가 본격화되고 있고 한국 역시 SK에서 아마존과 손잡고 울산에 AI 산업데이터센터 건립을 발표했다. 어차피 금융도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AI의 변화의 배 위에 승선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불확실 할 수 있는 위기의 시대에 온 것 같다.
다행히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은 1960년대부터 누적되어 온 방대한 실물산업생산 데이터의 보고(寶庫)이다. 해운, 조선, 자동차, 기계, 섬유, 방산, 수소바이오, 수산, 푸드에 이르기까지 수십년 동안 실물산업의 기록 데이터들이 원석과 같이 쌓여 있다.
이것들을 정형화시키고 데이터 라벨링 및 표준화와 반복된 AI 학습 훈련을 금융과 연계시킨다면 부산에 맞춤형 거대한 AI 금융데이터센터가 탄생되는 것이다.
물들어 올 때 노 젖는다고 박형준 시장의 고래와 참치론을 인용하자면 정부에다 고래는 포기할테니 AI 금융데이터센터 부산 설립이라는 ‘튼실한 참치 한 마리’를 달라고 역발상 제안을 해보자.
부산을 AI기반 금융데이터 베드로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부산국제금융센터와 동남투자은행이 한국 최초 아니 세계 최초 미래형 AI 플랫폼 금융도시로 다시 태어난다면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제를 넘어서는 이극체제가 아닌, 다극체제의 첫 출발을 부산에서 시작하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