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몸 누일 곳도 없는 지석 씨
공장 부도 후 연이은 구직 실패
신분 말소에 여인숙서 쫓겨나
만화방서 쪽잠 청하며 생활해
급성 빈혈·장 출혈로 건강 악화
지석(가명·63) 씨의 유일한 보금자리는 만화방의 좁은 소파입니다. 찢어진 패딩의 왼쪽 팔을 테이프로 둘둘 감아 입고, 폐지 수집 일을 마치면 만화방 소파에서 쪼그려 잠을 자는 게 그의 일과입니다. 옷은 낡은 패딩과 추리닝 한 벌 뿐. 여름옷은 검은 봉지에 담아 폐지 리어카에 둡니다.
지석 씨는 1970~80년대 큰 신발 공장에서 미싱 기사로 일하며 조장 직급을 달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어느 날 회사 부도로 직장을 잃었고, 계속된 취업 실패로 술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지인의 공장에서 일도 했지만 그 공장 역시 폐업했고, 이후 일용직을 하며 여인숙과 고시원을 전전했습니다.
밤낮 없이 일을 하다 보니 본인도 모르는 사이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실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형도 연락이 끊겨 미혼인 그에게 기댈 가족은 없습니다.
여인숙에서도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자 지석 씨는 무작정 리어카를 끌고 길거리로 나갔습니다. 새벽 4시부터 하루 10시간 폐지와 고철을 주워 버는 돈은 1만 원 남짓. 이마저도 담배 한 갑과 밥값으로 쓰고 나면, 두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집을 구할 여유는 없습니다.
어느 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지석 씨에게 ‘○○만화방’이 눈에 띄었습니다. 길거리가 아닌 실내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들어갔고, 야간 종일제 요금을 내고 작은 소파에 앉아 쪽잠을 청하는 생활은 어느덧 1년째입니다.
비가 오고 추운 날에도 폐지를 줍고, 늦은 밤 만화방 구석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생활이 지속돼 건강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치아는 아래쪽 하나만 남았고, 발은 양말을 신지 못할 만큼 퉁퉁 부었습니다. 최근엔 하혈이 시작됐고 호흡 곤란으로 어지러워 오래 걷지 못합니다. 폐지 수집을 못 하는 날이 많아져 만화방 요금을 장기간 미납한 상태라 쪽잠을 자는 생활도 계속하긴 어렵습니다.
만화방 사장님의 신고로 지석 씨의 상황이 동 행정복지센터에 알려졌고, 그제서야 말소된 주민등록을 재등록하고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병원 진료도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 급성 빈혈과 장 출혈로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인보다 훨씬 낮아, 수혈과 추가 정밀 검사가 필요해 입원 치료 중입니다.
지석 씨가 건강을 회복하고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면 주거 취약계층 주거지 마련 사업의 본인 부담금이 있어야 하고, 가전·가구 구입 비용을 마련해야 합니다. 밀린 만화방 요금도 차근차근 갚아야 합니다. “단칸방이라도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라며 편안하고 행복한 보금자리를 꿈꾸고 있는 지석 씨에게 밝고 건강한 삶이 펼쳐지길 바라는 응원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사상구청 복지정책과 윤채령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790-1400, 051-790-1415.
△공감기부(무료) 방법-부산은행 사회공헌홈페이지(www.happybnk.co.kr) 공감기부프로젝트 참여
▣ 이렇게 됐습니다 - 지난 4일 자 동규 씨
지난 4일 자 ‘걷기조차 힘겨운 동규 씨’ 사연에 후원자 63명이 248만 7539원을, BNK부산은행 공감클릭으로 201만 5000원을 모아주셨습니다. 후원금은 동규 씨의 비급여 약값과 재활 치료비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동규 씨는 “너무 막막하고 절망스러웠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살아갈 희망이 생겼다”며 삶의 의지를 보였습니다. 따뜻한 관심과 응원에 어머님과 동규 씨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치료에 꼭 전념해서 건강을 회복하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