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 살해한 20대 손주 "드라마 주인공과 나를 비교해서"…징역 18년

류선지 부산닷컴 기자 s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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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드라마 주인공과 자신을 비교하며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친할머니를 살해한 20대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2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특수협박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28) 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존속살해죄는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할머니를 살해할만한 특별한 이유나 동기는 없었다"며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한 상태에서 망상, 환각 등 발현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A 씨 측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2013년부터 장기간 정신과 진료를 받다 1년간 투약을 중단한 상태에서 범행에 이르렀다며 심신 미약을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스스로 투약을 중단한 점에 비춰볼 때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하는 상태를 스스로 발생시킨 측면이 있다"며 "흉기를 휘두른 양태나 부위, 횟수뿐만 아니라 범행을 저지르고 난 뒤 도피 과정에서 보인 행동 등을 살펴볼 때 당시 상태가 심신미약이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범행에 대한 최초 경찰 조사에서 "외계인이 조종해 할머니를 죽이게 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A 씨의 심신 미약 주장은 받아들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고 많은 피를 흘리고 있던 피해자에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도주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죄책이 무겁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동종 범죄로 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같은 수법의 사기 범행을 반복해온 점 등을 종합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원심의 형을 유지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22일 오후 10시께 강원 강릉시 집에서 친할머니 B(70) 씨와 드라마를 시청하던 중 B 씨가 드라마의 주인공과 자신을 비교하며 잔소리한다는 이유로 홧김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후 A 씨는 집 주방에서 또 다른 흉기를 챙겨 도주했다. A 씨는 도피 과정에서 강릉 한 가구판매점 50대 업주를 위협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사건 당일 “흉기를 든 사람이 어슬렁거린다”는 주민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흉기를 들고 강릉시 청량동 일대를 배회하던 A 씨를 체포했다. 당시 A 씨 옷엔 피가 묻어 있었다.

이후 "주인집 할머니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는 세입자의 추가 신고가 들어오자 경찰은 A 씨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추가 조사 후 구속 송치했다.

A 씨는 또 지난해 2∼4월 온라인에서 게임 아이템, 게임 계정 등을 판매한다는 허위 게시글을 올려 5명의 피해자로부터 160여만 원을 뜯어낸 사실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류선지 부산닷컴 기자 s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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